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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돼지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전혀 안 된 구제역 유형이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의심신고가 된 경기 김포시 대곶면 소재 돼지농가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A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 돼지에서 A형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가축 흑사병으로 불리는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가축의 입안에 물집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사료를 먹지 못해 치사율이 최고 55%에 달한다. 동물 간 접촉뿐 아니라 공기전파를 통해서도 육지에서 최대 50㎞까지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돼지는 구제역에 걸리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이 소보다 최대 1,000배가량 많아 삽시간에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번 구제역이 국내 돼지에서 과거 발생한 적이 없는 A형이라는 점이다. 구제역 바이러스 7개 유형 중 소 농가에서 A형이 두 차례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모두 'O형'이 발생했다. 울산시도 비상이다.  경기도 김포 돼지 사육 농가에 구제역 미접종 유형인 A형 구제역이 발생하자 가축 방역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AI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병행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설치 운영 중인 방역 상황실은 24시간 비상연락 체계와 초동방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구제역 및 고병원성 AI 유입 방지를 위한 이동통제초소 겸 거점 소독시설 4개소도 현 상태로 유지된다.

또 울산에 구제역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내 사육 중인 돼지(모돈 및 후보돈)는 백신 접종을 이달 30일까지 완료하고, 소 와 염소도 4월 7일까지 일제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우제류 축산농장에 가축·축산 관련 종사자와 차량의 출입금지 및 축산 작업장에 축산 관련 종사자, 차량, 물품 등은 일시 이동을 중지하고 소독을 실시했다. 부득이 이동해야 하는 차량은 거점 소독시설에서 소독을 실시하고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이동승인서를 발급받은 후 이동할 수 있다.

농장 간 가축 이동도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가축시장은 4월 9일까지 잠정 폐쇄할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울산에 유입방지를 위해 축산차량, 농장, 축산 관련 시설 등은 소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일제 소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울주군도 지난 27일 오후부터 기존 AI 방역대책본부를 구제역·AI 방역대책본부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또 발생 초기에 차량과 운전자 등의 이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세척·소독을 철저히 하기 위해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하기도 했다. 울주군은 항체역가를 높여 구제역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4월 7일까지 소(2만7,000두)와 산양(5,000두)에 구제역 백신 일제 접종을 실시한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 며칠 만에 확산추세에 접어들어 심각성이 높은데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이들 농장에 옮겨졌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AI도 잠잠하다 싶더니 또다시 추가로 발생해 속을 태우고 있다. 당장 중요한 것은 방역 등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로 구제역과 AI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동이 많아지는 봄철이 다가오면서 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노력도 절실하다. 구제역 발생농장의 경우 백신 형성률이 낮게 나타나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구제역과 AI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것은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그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맞는 사철 방역체계를 갖추는 것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다.

방역당국도 이미 모든 지역을 감염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방역에 나선 상황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이 또다시 확산된다면 초동 대처에 실패로 인한 인재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12월부터 지난 2016년까지 AI·구제역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를 안겼다.

애써 키운 가금류와 소·돼지를 땅에 묻은 축산 농민의 정신적 피해를 제외하고 살처분에 따르는 직접적인 재산피해만 수 천억 원에 달했다.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당국의 빠른 판단과 선제적인 조치가 필수적이다.

울산은 이미 구제역이나 AI 피해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AI 확산은 철새, 철새 배설물, 가축, 차량, 사람의 의복 등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조기에 AI나 구제역이 진정될 수 있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전격적인 방역대책을 펼쳐야 한다.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전염성 질환은 예방이 최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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