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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이틀 동안 따뜻한 햇살 속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했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두꺼운 겨울 옷과 묵은 살림을 산뜻하게 정리했다. 덕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 몸이 납덩어리처럼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음 먹었던 일을 기어코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몸과 달리 마음은 무척이나 홀가분하다.

가수 나훈아 씨의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면 지금 사랑에 빠져있다는 뜻이고, 또 다른 노래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이라는 노랫말이 위대한 철학자의 어떤 말씀보다 숭고하게 받아들여진다면 황혼의 연륜에 도달한 걸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유행하며 이를 실천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미니멀 라이프는 일상에서 꼭 필요한 물건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삶을 말한다. '버리는 지혜'가 새로운 키워드로 뜨고 있다. 현대인들이 필요 이상의 물품을 소유하면서 허우적대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 운동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 리스트'는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부류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를 예로 들며 "메시도 일종의 미니멀 리스트다. 그는 한 경기당 평균 주행거리가 무척 짧다. 일반 선수들이 평균 10㎞를 뛰는 반면 메시는 8㎞를 달린다. 경기 중 걷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위해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인다"라고 말했다.

'미니멀 리스트 붓다의 정리법'을 쓴 레기나 퇴터는 '미니멀 라이프'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봄맞이 대청소를 위한 것이 아닌, 휴가처럼 인생을 살란다. 과거를 떠올릴 필요도 없고 미래를 걱정할 이유도 없는 시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미니멀 리스트란 '삶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석가모니 부처가 대표적 미니멀 리스트라는 것이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가구·옷·그릇 등을 적게 갖는 대신, 보다 소중한 것에 집중한다. 문화나 여행, 공연 등 '경험 소비'에 관심을 갖는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미니멀 라이프 운동은, 환경 보존의 자발적 실천으로 이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유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갖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집착이 되고, 이는 곧 고통의 원인이 된다. 산업혁명 이후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집착했던 인류가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 소유를 버림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려 자각한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 책에서는 잘 버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1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남의 눈을 의식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을 버리라는 조언이다. 봄이 오자 미뤄뒀던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많다. 이 참에 물건만 버리지 말고, 탐욕과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는 '마음 미니멀 라이프' 운동도 함께 펼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 마음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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