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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연일 뜨거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은 일감절벽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노동조합의 고통분담 의지가 연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될 공산도 크다. 위기는 노사 양쪽이 모두 하나로 인식할 때 극복의 길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사 양측의 상생적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노사가 2개년의 임단협을 매듭지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난 2015년과 2016년 3차례의 희망퇴직을 통해 3,7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대부분 과장 이상 사무기술직과 기장 이상 생산기술직으로 비조합원이었다. 조합원은 노조의 보호아래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수년간 회사가 극심한 경영위기로 경영개선계획 이행, 희망퇴직 등을 통해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는 동안, 노조는 민노총 가입, 파업 등을 통한 기득권을 고수하는데 치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으로 거슬러 가보자. 현대중공업은 2017년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고용보장을 전제로 1년간 기본급 20% 반납을 노조에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의 완강한 반대로 회사는 지난해 8월 이를 철회하는 대신 대승적 양보를 요구했지만, 조합은 또 다른 구실을 내밀며 마무리를 거부했다. 이후 교섭은 공전되며 해를 넘겨 2년간 타결을 보지 못했다.

올해 2월 2년치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조가 금전적인 양보나 손해는 별로 없어 보인다. 타결시 성과금(2016년 230%, 2017년 97%)과 격려금(200%+450만원)에,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유상증자지원금, 생활안정지원금 등 1인당 평균 2,400여만원에 달하는 '실속'을 모두 챙겼다.

연도별 평균 급여만 봐도 그렇다. 2017년 6,260여 만원으로 전년도보다 400여 만원 감소에 그쳤다. 일감 절벽에 근무시간 감소 등을 감안하면 크게 줄지 않은 금액이다. 더욱이 올 초 받은 타결 일시금을 고려하면 연평균 금액은 평년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오히려 동종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동종사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고통분담에 동참하며 위기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임금 반납을 올해부터 전 직원으로 확대시행하고, 상시 희망퇴직으로 인력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수차례의 희망퇴직을 한데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이 예상된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STX조선은 임금삭감(통상임금 5%+상여금 300%)과 전 직원 6개월간 무급휴직(약 5년)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만은 급여 반납도, 이번 희망퇴직도 아무런 대안 없이 무작정 '반대'를 외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반대만 일삼는 노동조합의 투쟁일변도 노선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이르는 파업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이 이뤄놓은 것이라고는 갈등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선업의 위기 상황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이다. 투쟁일변도의 주장으로 위기 극복은 어렵다. 당장 조선업계는 매출 감소에다 후판 가격 상승까지 겹치고 있고 수주 절벽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t)당 5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로써 후판 가격은 65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오르게 됐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후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 후판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과 한국산 후판에 대한 미국의 계속적인 관세 부과 영향이 컸다. 지난 2~3년간 동결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번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등이 올해 들어 잇따라 수주에 나서면서 자구노력에 집중한 이후 후판 가격 인상이 이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원자재 상승분을 그동안 반영하지 못해 후판 부문에서 적자가 커졌다"며 "올해 후판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적자탈피는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대내외적 악재 상황에서 노사 양측은 무조건적인 충돌보다는 상생의 길로 돌아서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조합은 기득권을 양보하여 회사의 위기 극복노력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그 첫 단추는 회사를 둘러싼 안팎의 경영환경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외부적 환경이나 글로벌 조선업계의 동향에 귀닫고 눈감을 일이 아니다. 노사 모두는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고통분담이 뒤따라야 모두의 일자리마저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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