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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고 '판문점 선언'에 어떻게 반영되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 다른 의제들도 있지만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나머지 의제들에서도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 합의나 의지가 과연 담길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여전히 '상당히 어려운 대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킨텍스에서 한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지난번 대북특사단의 평양 방문에서 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을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임 준비위원장은 이날  "이번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핵심 의제에 집중된 회담"이라면서도 확실한 명문화를 답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를 한다는 것은 1990년대 초나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며 "그게 이번 회담을 어렵게 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정상 사이에 공감을 이룰 수 있을지도 참모들이 결정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결국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의제의 경우 실무협의 등을 통해 합의문에 들어갈 문구 조율이 대부분 이뤄진 상태지만 비핵화 의제의 경우 합의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회담을 통해 직접 담판을 짓고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한편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진전 없이 평화정착이 나아간다든가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혀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논의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는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더한다.

일단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어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문 대통령 특사단과의 만남,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회동 등에서 '조건만 맞는다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또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결정했는데,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긍정적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조심스럽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소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종석 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북미회담 길잡이 역할로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성을 종종 드러내 온 김 위원장이 핵 사찰 수용, 주한미군 주둔 용인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합의문에 이를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예상도 많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하는 데 집중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끌어내기 위한 길잡이 역할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예상이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해 비핵화 합의가 지연돼 회담이 하루 연장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임 실장은 "현재로서 연장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비핵화 관련해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참 어렵다"고 언급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김잠출기자 usm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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