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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진입로에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며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유지라 법적으로 개발을 차단하는 게 불가능해 주변에 추가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도 농후하다. 관련 대책 마련도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 해결 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라 개발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암각화박물관 진입로를 따라 주택 10여 채가 건설됐거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변에는 주택을 짓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땅 성토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원주택 및 민박용도로 3개 단독주택을 매매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관련법에 따라 단독주택은 민박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26일 울산 울주군 반구대암각화 진입로에 최근 공사가 마무리된 주택을 매매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6일 울산 울주군 반구대암각화 진입로에 최근 공사가 마무리된 주택을 매매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압골가마터 유적 인근도 건축 허가
이 주택들은 최근 1년간 들어선 것들로 인근에 고려시대 자기가마와 통일신라시대 토기를 굽턴 가마터가 발견된 울산 압골가마터 유적도 있지만 건축 허가가 이뤄졌다.

최근 문화유산 주위 환경도 유산으로 보고 보호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주택개발이 아쉽다는 게 방문객들의 반응이었다.
관광객 김 모(52) 씨는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을 때는 다른 관광지와 달리 진입로에 건물이 없어 자연과 조화가 잘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아무리 건물을 주변과 어울리게 짓는다고 해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같을 수 없다. 지금처럼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반구대암각화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암각화박물관을 지으면서 가든 등을 수용해 철거하는 등 정비를 했는데, 뒤늦게 주택이 건설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건설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곳은 사유지로 반구대 암각화와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문화재형상변경허가 대상지가 아니다. 울주군은 건축 허가가 들어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개발이 시작된 만큼 인근 또 다른 사유지에 개발이 이뤄질 수 있어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재 주변 경관이 추가로 훼손될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상수도보호구역 확대, 반구대암각화 명승 지정 등을 통해 건축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연댐 주변 상수도보호구역을 확대해 규제를 하는 방안은 환경부의 결정 사안으로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규제 강화는 지주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상수도보호구역 확대도 지주 반발 불보듯
반구대 암각화 명승 지정 문제는 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까지 얽혀 있다. 명승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예술적인 면이나 관상적인 면에서 기념물이 될 만한 국가 지정 문화재를 말한다. 지정되면 지정된 부지 전체가 문화재로 인정돼 일체의 개발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명승 지정에 대해서는 울산시 등은 현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 마련은 18년째 지지부진하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수위조절안'을, 울산시는 암각화 주변에 제방을 쌓는 '생태제방축조안'을 각각 최적안으로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명승 지정은 국가가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문화재청의 수위조절안 관철을 위한 것이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울산시의 논리다. 때문에 지난 2013년 본격화됐던 명승 지정 논의는 갈등만 일으키며 무산됐다. 때문에 울산시, 울주군, 문화재청,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함께 반구대암각화 주변 훼손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 관리를 논의하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보존방안 협의다. 현재 문화재청이 보존 방식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학술용역을 진행 중이다"면서 "보존 방안이 확정되면 울주군이 마련한 종합정비계획 등을 토대로 주변 개발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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