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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지역의 경제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6개 분야 67개 사업 2조 893억 원 규모의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신청서를 지난달 산업부에 제출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업황악화에서 비롯된 조선산업의 위기로 인해 울산경제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조기에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을 위한 현장 실사가 지난달 산업부 주관으로 진행됐다.

울산시의 '동구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신청과 동시에 노동·산업·경제전문가와 산업통상자원부 실무단으로 구성된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주말  울산 동구를 찾아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울산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이두희 조사단장의 인사와 함께 현장실사 추진배경 소개, 울산 동구지역의 산업위기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현안설명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 민관합동조사단은 동구 퇴직자지원센터로 이동, 서민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외식업(음식점) 종사자, 협력업체 관계자, 상인회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실시해,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토로하고 공감하는 의견수렴의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실직과 가정해체 위기, 공장 도산 등의 우려를 전하고, 지역 상인들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따른 요식업계 및 부동산  폐업 등 전반적인 경기 패닉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민관합동조사단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신청서를 통해 이미 울산 동구지역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했으며,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와 주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현장실사의 취지를 밝혔다. 이후 민관합동조사단은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를 방문해 조선업 수주물량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사내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조선업 위기로 인한 종사자 구조조정과 전문인력의 외부 유출, 이로 인한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과 인건비 상승, 내·외국인 근로자 이주에 따른 인구감소로 지역 상권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조선업 종사에 대한 고용불안과 위기로 항상 이직 준비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희망 퇴직 중단을 촉구하면서 결국 파업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27일 오후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개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대비 51.69%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노조 규약상 파업이 가결되려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 24일부터 4일간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만2,122명 가운데 6,917명(투표율 57.06%)이 참여했다. 이날 개표 결과 찬성 6,266표(투표자 대비 90.59%), 반대 633표(9.15%), 기권 2표(0.03%), 무효 18표(0.26%)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투표는 최근 5년간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 가운데 가장 낮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55.9%, 2015년 59.5%, 2016년 59.9%의 찬성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이어진 임단협 파업에 따라 누적된 피로가 아직 조합원들 사이에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행동지침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쪽에서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구태의연한 파업 카드를 꺼내든 양상이다. 위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잘 드러낸 장면이다. 이미 정부는 울산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울산 동구에 대해 고용위기 지역 지정을 단행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직격탄을 맞은 울산 동구 등 위기지역에 나랏돈 1조원을 풀어 단기충격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력을 회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고용 유지와 실직자의 재취업을 실질적으로 직접 지원하고, 4,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해 지역기업과 협력업체, 소상공인을 돕기로 한 상황이다.

문제는 울산의 경제 상황이 예측불허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고용률은 이미 사면초가에 놓였다. 조선업 등 불황이 장기화된 탓에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25개월 연속 곤두박질쳤다. 대신 임시 및 일용근로자, 자영업자가 늘면서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역경기 회복은 더딘데다, 주요 현장에는 아직도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다보니 '고용쇼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출부진도 이어지고 내수도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업수도의 위상은 추락하게 된다. 위기대응 지역 지정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지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당장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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