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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해서 과감한 경제적 인센티브 카드 제시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각)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를 하기 위한 과감한 조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찬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번영이라는 표현을 2차례나 사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 AP 등 외신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대가로 체제 보장은 물론 제재 완화와 경제지원 패키지 '빅딜'을 제안한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3명의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교감을 거친 것인지가 주목된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미회담의 일정과 장소, 의제 등과 관련 회동을 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이미 북한에 이런 미국 정부의 구상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봐진다.

지난 주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여러분도 알 듯이, 우리의 대화는 따뜻했다"며 "우리는 좋은 대화, 실질적인 대화, 그리고 깊고 복잡한 문제와 도전,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리는 양국의 역사와 양국 사이에 놓인 도전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미국의 역사에서 종종 적국들이 지금은 긴밀한 동반자가 된 사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이와 똑같은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경제지원 카드가 성사되려면 북한의 비핵화 진도가 제재 완화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선조치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직전 포럼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동강변에 트럼프 타워를 세우거나 미국의 대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이 북한 정권에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체제안전보장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이 장기적 비전 쪽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핵포기 시 번영과 경제협력'은 우리가 '베를린 선언' 이후 늘 해온 얘기"라며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제재가 있는 한 경제 지원이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만큼 보다 장기적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지 구체적인 조치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직접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보다 제재 완화를 통해 한중일 3국과 경제협력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반도의 완전한 봄을 좌우할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이에 앞선 한미정상회담은 오는 22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이에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를 갖고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은 물론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과 관계 정상화를 통한 '밝은 미래'를 '보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또 싱가포르 회담에서 핵 포기와 체제보장·경제지원을 맞바꾸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북한의 진정성을 각인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김잠출기자 usm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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