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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간부의 업무 중 도박과 사측과의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부 폭로 사태가 노조 집행부의 책임 회피성 행보로 인해 갈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현대차노조 규율위원회는 내부 폭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규율위는 "도박행위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일어난 것과 대의원 선거기간 중 노사가 술자리를 벌인 것은 '간부행동강령' 등을 위배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율위 조사 결과에도 하부영 지부장이 도박사건에 관여된 고위 노조간부에 대한 징계를 회피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 지부장은 사과문을 통해 "고위간부 A씨에 대해 공개 사과문을 쓰도록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해당 간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 지부장의 이러한 대응은 과거 똑같은 노조간부의 도박사건에 대해 지부장이 밝힌 소신 발언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014년 울산 4공장 노사의 증산협의가 한창일 때 일부 노조 간부들이 사외식당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되어 이슈가 됐다. 당시 하 지부장은 '들불 조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SNS를 통해 도박을 저지른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하며 노동계의 끊이지 않는 도박사건이 '노조 집행부의 안일한 처신' 때문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하 지부장은 "언젠가는 끊어야 할 나쁜 관행을 우리부터 자발적으로 단절하자"며 "노름을 계속해야 하겠다면 조직을 조용히 탈퇴해도 된다"라며 노조 내부의 강력한 자정노력을 요구했다. 또 "평상시 대의원 활동을 할 때 노름꾼 대장을 하던 사람이 지부 임원에 당선되거나 상집, 규율위원이 돼 진상조사를 내려온다면 그 진상조사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도박이 만연된 노조의 현실을 개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집행부 내부의 고위 간부가 연루된 도박사건이 터졌고, 하 지부장은 과거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도박 당사자들은 이번 사건이 일명 '책장 넘기기'라는 단순한 오락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업무시간 중에 노동조합 사무실 내에서 수차례 도박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담보하는 도덕성을 최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러한 건강성을 잃는다면 노동귀족화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울산 노동계는 도박, 방화, 성 문제까지 잊을 만 하면 불거지는 도덕성 문제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그 동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이번 사태를 덮고 가려고만 한다면 노동운동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해 질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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