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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름값 때문에 정유·화학업계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제마진 훼손과 원재료값 부담을 초래하는 유가상승이 좀처럼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이는 탓이다. 업계는 고유가 흐름이 장기화될 것으로보고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가스사업 확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2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북미 셰일원유·가스 G&P 기업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 홀딩스'(이하 브라조스)에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 규모로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는 지난해 또 다른 북미 셰일가스 G&P 업체인 '유레카(Eureka) 미드스트림 홀딩스'에 지분 투자를 한 데 이어 이번에 브라조스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SK그룹의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3월 자회사인 'SK E&P 아메리카'에 약 4,853억원을 출자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인 '롱펠로우' 지분 전량을 인수한 바 있다. SK가 가스 사업을 확대하고 나선 것은 고유가에 따른 정유부문 이익 훼손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중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값은 ℓ당 1,570.83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1,544.49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말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잇따라 감산에 나선 데다 최근 미국의 이란 핵협상 파기,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조정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제품 가격에 연동되는 싱가포르 거래소의 제품 가격이 함께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 값을 뺀 정유사의 실제 마진을 의미하는 정제 마진은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7.0 달러로, 작년 3분기 8.3 달러와 4분기 7.2 달러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석유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3% 감소한 3,25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오일뱅크는 2,326억원으로, 1년 전(2,29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전분기(3,036억원)보다는 23.4% 줄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전분기에 비해 각각 70.5%와 66.0% 감소했다.

화학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셋째 주(14~18일) 국제 나프타 주간 평균 가격은 배럴당 76.04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주 73.69달러를 기록하며 주간 평균가격이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 선을 돌파한데 이어 상승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나프타 가격 강세 배경은 이미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한 원유(브렌트유 기준) 가격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나프타 품귀현상까지 발생해 웃돈을 주고 나프타를 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1분기 59~66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만으로도 이미 전년대비 실적 급감을 경험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의 영업이익은 각각 18.3%, 18.8% 감소한 바 있다. 추가 이익 하락을 막기 위해 화학업체들은 대체재인 액화석유가스(LPG) 물량 증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핵심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은 나프타 외에도 프로판가스 같은 LPG를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 업계에선 LPG 가격이 나프타의 95% 수준이거나 t당 50달러 이상 싸면 대체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및 공급업체 E1과 지난 21일 1,648억 1,938만원의 LPG 매매 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도 지난해(5만7,000t)보다 많은 양의 LPG를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토탈은 2019년 가동을 목표로 5,400억원 규모의 에틸렌·프로필렌 설비 증설 공사를 하고 있다. 이 설비는 LPG를 원료로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스 사용량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로 원자재 가격 부담에 원화강세 리스크까지 겹칠 가능성도 있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보다원유 가격이 추가로 뛸 경우 전년대비 실적 추락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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