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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3요소는 희곡과 배우, 그리고 관객이다. 줄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할 배우가 있어야 하고, 이것을 보고 느껴야 할 관객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연극이 펼쳐질 장소인 무대를 보태 우리는 연극을 이루는 4요소라고 부른다.

도시를 이루는 3가지 구성요소는 시민(Citizen), 활동(Activity), 토지와 시설(Land&Facility)이다. 시민이라는 주체가 있어야 하고, 근로와 주거, 교통 등을 아우르는 '활동'이 있어야 하고, 도시민의 활동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공간과 시설이 있어야 한다.

연극과 도시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핵심은 사람이다.

30여년 넘게 연극을 해온 필자는 늘 연극의 핵심인 사람, 즉 배우와 관객 부족으로 힘든 연극 활동을 해 와야 했다. 울산이 경상남도의 일원이었던 기초자치단체 시절엔 공연장이 없어서 울산상공회의소 회의실, 백화점 다목적 홀, 학교교실을 전전하며 공연을 해야 했다.

광역자치단체로 승격돼 스스로의 자치가 가능해지고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공연 등 문화관련 시설들은 괄목할 만큼의 확충이 이루어졌다. 모두 돈의 힘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변함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람 부족이다. 연극 무대에 오를 배우가 부족하고 연극을 보고 느껴야 할 관객이 부족하다. 

울산이라는 도시 역시 지역경제의 상황 악화로 사람이 줄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 못 살겠다며 탈 울산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울산시가 탈 울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도시를 살리고 연극을 포함한 문화예술을 살리기 위해 대학 확충이 시급하다.

연극판에 사람이 부족한 것은 연극 인력을 공급할 지원기관이 전무하다는 게 큰 이유를 차지한다. 연극분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 분야, 교육, 의료, 사회복지 등 등 울산 사회전반에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고 지원할 대학들이 신설돼야 한다. 10여 년 전에도 우리는 똑같은 소리를 해왔다. 

울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학설립을 염원해왔고, 국립대학 설립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침내 2009년 지금의 유니스트의 개교라는 결실을 이루어냈다. 이 학교가 더 잘되고 건실하게 안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울산시는 연간 100억 원, 울주군은 연간 50억 원의 발전기금도 내고 있다. 

그동안 유니스트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과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고급과학기술 인재양성과 국가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역할을 담당하는 과기원이 울산에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울산 사회 전반에 인력공급 등 긍정적 영향력을 바랬던 기대치에는 많이 부족하고 미흡하다. 대학구조조정 분위기속에 종합대학을 바라던 염원은 울산에 특성화 된 대학, 유니스트라는 결실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회 제 분야에 인력 공급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또 다시 대학 확충이라는 염원과 바람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일반대학 189개, 전문대학 138개가 있다. 300개가 넘는 학교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울산은 고작 4년제 2개 대학, 전문대 3개 대학 등 5개가 전부다. 전국 7대 도시를 자부하면서도 대학 보유율은 전국의 1.5%에 불과하다.

대학이 있어야 문화가 싹트고 문화가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 대학의 젊은 문화가 형성돼야 도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마다 야심에 찬 공약을 쏟아놓고 있지만 대학 신설을 통한 인구유입, 문화 활성화를 꾀해보자고 외치는 후보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 활성화의 토양을 다지고, 새로운 인적자원의 유입과 탈 울산을 막기 위해 울산에 또 다시 종합대학의 설립 추진 활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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