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지방선거 특성상 온 동네가 후보자 유세로 시끄러운 모양새다. 늘 그랬듯 후보자들은 자신이 지역 최고 일꾼임을 목청 높여 외치고 있다. 시민들은 쉽게 믿지 않지만!  엄밀히 말하면 믿지 않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 스스로가 왜 본인이 최고의 일꾼인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본인의 주장을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이 당선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때론 언론에서 후보자 자질이나 선거공약에 대한 분석을 해 주기도 한다. 실제로 정치전문가 분석이나 언론이 전하는 팩트가 후보를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후보자를 직접 접하지 않고 언론에서 전하는 말만을 믿는 것은 인간 본성을 고려한다면 뭔가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등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스탠딩토론 형식을 도입해 후보자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면을 보며 그들의 공약을 듣고 자질을 평가할 수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도 자유로운 토론방식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보는 재미가 있고 후보자 검증에 있어서도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에 대한 지나친 네거티브와 장난스런 발언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고 토론회를 분석한 방송 내용에서도 단순히 후보자 말의 논리나 실수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는 토론의 기본 목적이 토론을 통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승패를 겨루는 형식의 토론에서는 논증의 구성 과정을 토대로 상대 의견을 분석, 반론, 설득 등의 과정을 거치기에 다소 경쟁적이고 대립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토론의 이면에는 상대방의 주장·논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이해해 소통과 화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까지 흥미 위주로 봐온 후보자 토론회가 그리 유쾌하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시민들에게 토론회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간단히 말하면 토론을 제대로 하는 후보자를 고르는 새로운 방법을 말하고자 함인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과 즐거움'이다.


'소통'의 출발점은 개인의 사고를 존중하고 조화시키는데 있다. 이는 인간이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나오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 즉 '현명한 인간' 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로의 관점에서 소통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데서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토론회를 보면서 후보 자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질문과 주장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경쟁과 승리를 위해 상대 후보를 논리 등으로 제압하려고만 하는지, 또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생각을 심화·발전시켜 더 깊고 넓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가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때로는 토론 도중에 상대 논리를 받아들여 자기 논리나 주장을 바꾸는 것도 꽤나 멋진 장면이 아닐까 싶다. 더 높은 수준의 논의를 이끌고 사회가 지향하는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감히 꺽을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후보자 토론회의 완성은 '즐거움'이다. 후보 각자의 가치관이나 주장이 논리적으로 표현되고, 토론과정에서 그것을 나누며 발전시킬 수 있을 때 토론이 가진 본래의 가치가 실현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일꾼을 알 수 있게 되고 즐거운 기분으로 토론회를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