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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울산 집권을 놓고 여야가 사활을 걸고 격돌하면서 정치권과 후보들의 선거 열기는 30도를 오로내리는 초여름 날씨만큼이나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먹고 살기도 팍팍한 판에 선거는 무슨 선거"라는 핀잔을 듣는 것은 다반사이고 "저거들(정치인들) 살기 위해 선거하는 거지 서민들 위하자고 저 난리들이냐"는 비난과 냉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거리에서 후보들이 90도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곧바로 버리는 장면은 익숙할 정도다.

4일 지원유세차 울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이 북구 호계시장에서 이상헌 북구 국회의원 후보, 이동권 북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엄지척을 하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4일 지원유세차 울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이 북구 호계시장에서 이상헌 북구 국회의원 후보, 이동권 북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엄지척을 하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 장날만 되면 선거운동 몰려 난장판
선관위는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동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각종 축제나 행사장을 찾아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며 유권자들에게 6·13 지방선거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가라앉은 선거 분위기로 인해 노력만큼의 결과가 뒤따를지는 미지수다.

4일 오전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 단체장 후보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몇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만큼 선거 분위기가 일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한 지방의원 후보는 "마치 벽을 상대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울주군 최대 격전지인 제2선거구(범서·청량)에 출마한 한 시의원 후보는 "평일에는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곧바로 귀가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또 주말과 휴일에는 나들이하거나 집에만 있어 경로당이나 도서관 등 공공시설 방문객 상대로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그나마 선거구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출·퇴근 인사인데,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어 봐야 알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후보들이 장날을 선거운동 대목으로 여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울산시장 후보나 기초단체장 후보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마이크를 잡고 거리 유세를 해봐야 귀 기울이는 일반 유권자는 손 꼽을 정도이고, 청중은 동원된 선거 운동원과 지지자 일색인 게 현실이다.

선거일을 목전에 둔 울산의 선거 분위기가 이처럼 싸늘한 것은 일차적으로 고장난 경제 문제와 함께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경제 침체에다 민생과는 동떨어진 정치 현실, 남북 평화무드와 북미 정상회담 등 선거 외적 변수와 일방적인 민폐 선거운동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유권자를 배려하지 않는 선거운동 소음 등 선거 공해가 오히려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4일 지원유세차 울산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북구 극동아파트 월요시장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를 비롯한 박대동 북구 국회의원 후보, 박천동 북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4일 지원유세차 울산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북구 극동아파트 월요시장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를 비롯한 박대동 북구 국회의원 후보, 박천동 북구청장 후보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 상인들 "선거소음 때문에 손님 없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는 물론 지방의원 후보들까지 각 권역별 중심에 자리한 재래시장 장날만 되면 복잡한 장터에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 등을 이끌고 한꺼번에 몰려들어 그야말로 난장판을 만드는 바람에 상인들과 주민들은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구 다운장의 한 상가 상인은 "장날에는 오전부터 각종 후보들이 유세차량을 대로변에 세워놓고 확성기로 선거송을 트는 바람에 소음 때문에 손님들이 없다"면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소음으로 몸까지 아파 점포문을 일찍 닫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고충을 소호했다.

남구 삼산동에 사는 40대 유권자 A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좋은 길목에는 유세차량 10여 대가 몰려 동시에 선거송을 틀어대는 바람에 소음은 물론 오히려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꼴"이라며 "정책으로 대결하는 친환경 선거풍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한꺼번에 많은 선출직을 뽑는 지방선거 특성상 후보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각 정당 울산선대위 관계자들은 "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과도한 확성기 사용과 지나친 도로 점유 등을 자제할 것을 각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면서 "가라앉은 선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진정성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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