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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문학은 현실세계의 법칙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새로운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사유하고 상상하고 해결해가는 즐거움을 줍니다.
오늘은 짧지만 짠한,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하는, 늑대가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 한 편을 같이 나누어 보겠습니다.

태초에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다른 점이 별로 없었다. 그때는 모든 생물이 지상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동물로 변신할 수 있었으며, 동물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생물은 때로는 동물이었으며 때로는 인간이었다. 모두 같은 말을 사용했다. 그 당시 말은 마술이었으며 영혼은 신비한 힘을 갖고 있었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클레망틴 보배가 쓴 '늑대가 된 아이'는, 판타지 특히 위에 인용한 신화적 상상력이 어린이 문학으로 멋지게 살아난 작품이에요.
첫눈이 내리는 겨울날 아침, 로만은 고아원에서 준 구멍 난 외투를 입고 뤼시네 집으로 갑니다. 이 날 뤼시는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로만은 마을 광장에서 횃대에 앉은 얼음 비둘기와 늑대가 보낸 쪽지를 보게 됩니다. 늑대는 얼음 비둘기 안에 사람의 딸 가운데 한 아이의 영혼을 가둬 놓았다고, 얼음 비둘기가 녹을 때까지 늑대의 딸을 데려오지 않으면 사람의 아이가 죽을 거라고 합니다.
뤼시의 아빠는 뤼시의 외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미 늑대의 딸을 죽였어요. 어른들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긴 회의만 반복합니다. 로만은 늑대의 가죽을 덮어쓰고 늑대의 딸인 것처럼 해서 늑대를 만나러 갑니다.
로만은 늑대의 가죽을 뒤집어썼을 때 생각지 못한 따뜻함을 느끼고 흙냄새와 나무뿌리 냄새도 싫지 않음을 느낍니다. 고아원에서 준 구멍 난 외투를 입고 매서운 추위 속을 걸어가야 했던 로만이 늑대의 가죽을 덮어썼을 때 포근함을 느낀 거예요. 로만이 가진 현실세계에서의 고립과 결핍이 결국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요건이 됩니다.

임순옥 아동문학가
임순옥 아동문학가

"얼음 비둘기는 다 녹았어. 하지만 뤼시는 살아났단다. 자, 너는 이제 엄마랑 같이 가자"
늑대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로만은 행복하게 숲으로 갑니다. 마치 영화 '세이프 오브 워터'의 말 못하는 여주인공이 아마존에서 온 물고기 남자와 사랑을 하고 그 세계로 건너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로만이 그 세계로 건너감으로써 마녀늑대의 세계와 인간 현실계는 단절이 아니고 소통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그 이면의 세계를 그려 봅니다. 우리가 사유하고 그려낸 판타지, 신화의 세계, 우주 공간의 또 다른 세계가 여기 이 세계와 소통을 하고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여기 어딘가에 저 편으로 가는 통로가 있을 거예요. 그 통로를 찾아 충분히 탐험하고 즐기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기를. 
 아동문학가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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