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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일 열린 11차 임금교섭에서 임금/성과금을 포함한 안건에 대해 일괄제시를 하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노조가 이날 회사의 제시안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며 교섭결렬을 선언했지만 회사가 먼저 소모적 교섭문화 개선하기 위해 먼저 나섰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수년간 교섭에서 관례적으로 '노조 일괄제시 요구→회사 추가논의 필요 입장 표명→노조 일방적 교섭결렬→조정절차→파업돌입'의 소모적 교섭 형태를 보여 왔으나, 올해 교섭에서 회사는 이와 같은 관행을 깨고, 성숙한 노사관계로의 변화를 위한 의지를 담아 노조의 결렬선언 전에 일괄제시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계속된 실적하락과 판매부진 상황을 반영해 기본급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수준과 연동해 제시했으며, 성과금 또한 최악의 대내외 환경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현대차는 노조에 기본급 3만5,000원 인상, 성과금 200%, 1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미 11.9% 하락한 영업이익이 올 1분기에는 45.5%나 급감했고, 미국과 중국 등 시장에서의 부진에 따라 글로벌판매량이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영 여건의 악화에 불구하고 현대차는 오늘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생존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물론 노사가 하나로 뭉칠 때 가능한 일이다.

지난 1998년 IMF 여파로 어려운 구조조정 등 혹독한 시간을 보냈지만 시련을 발판으로 현대차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을 거듭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13개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1위(77점)를 기록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선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전 차종이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로 울산공장의 높은 품질경쟁력은 우리 지역산업의 큰 자산이 됐다.

미국, 중국간의 무역전쟁으로 자동차산업의 암울한 기운이 드는 요즘 현대차 노사가 다시 한 번 합심한다면 오늘날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1등 자동차 기업을 위한 노사 상생의 자세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노사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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