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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심 속에 블루베리의 싱그런 보랏빛 일색으로 물든 이색 농장이 울산지방법원 옥상에 조성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울산 남구 옥동에 위치한 12층짜리 청사 건물 7층에는 블루베리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옥상 농장'이라고 하면 작은 텃밭 규모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현재 'ㄱ'자 형태의 옥상에는 580㎡(175평) 규모에 400여 그루의 블루베리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공중에는 새들의 습격을 막기 위한 그물이 설치됐고, 바닥에는 물을 공급하기 위한 농업용 호스가 거미줄처럼 깔렸다. 

이 농장을 가꾸는 사람은 법원 직원(6급)인 조우형(48)씨. 지난 2011년 '수퍼푸드'로 주목받던 블루베리가 시력에 좋다는 정보를 접한 그는 아이들을 위해 묘목을 샀고, 일조량이 많은 법원 옥상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게 점점 규모가 커지더니 2014년 새 청사로 옮기면서 400그루까지 늘었다.나무들이 덩치를 키우고 수확량도 급증하면서 작년부터는 농장을 직원들에게 개방하고 있다.누구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도록 한 대신 종이컵 1컵(100g가량) 분량당 2,000원을 계좌로 부쳐달라고 했다. 그렇게 모인 돈은 80만원이 넘었고, 조씨는 이 돈을 지난해 법원 자선바자 행사 때 기부했다.올해 역시 블루베리 양심 판매가 한창 진행 중이고, 수익금은 기부될 예정이다.

조씨는 "다른 사람이 여가에 운동하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것과 똑같이 나에게는 이 일이 스스로 재미를 찾고 수양도 쌓는 취미이자 자기 계발이다"라며 "원들에게서 '마트에서 사서 먹는 블루베리보다 더 맛있고 싸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도 크다"고 농장을 가꾸는 이유를 전했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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