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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기침체에다 찜통더위까지 이어지는 시점에 현대家의 양대 노조는 파업의 깃발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 노조(금속노조 현대중 지부)는 지난 13일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와 연대 파업을 벌인데 이어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24일 오후 5시까지 6일간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9일 쟁대위 회의를 통해 이미 파업을 결정했지만 이후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노조는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13일자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지난 4일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에도 사측의 교섭태도는 요지부동이다. 18차 교섭동안 사측은 교섭진전을 위한 의지도, 고용 안정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며 "이에 쟁대위는 집중교섭과 함께 전면파업에 돌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예고하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노조 홈페이지에는 집행부의 파업 결정에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 조합원은 "파업이 이렇게 사람의 의지를 꺾을 줄 몰랐다"며 "금속노조가 상급단체라서 우리가 이유도 없이 지침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현장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썼다. 현대중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자기계발비 10시간 추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휴가를 앞두고 파업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간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18일 쟁대위 회의를 통해 추가 파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의 요구안과 사측의 제시안 간 의견 차이가 심해 집중 파업을 벌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휴가 전 타결을 위해서는 사측의 새로운 제시안을 끌어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노조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파업뿐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대외환경이 파업을 벌일 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논란이 최근 직격탄이 됐다.

노조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현 경영위기를 우려하면서도 파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비꼬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진지한 협상과 미래를 위한 논의보다는 무조건 파업부터 벌이겠다는 태도는 현대家 노조의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염천 더위에 파업 소식까지 이어지자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어려운 시기에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사의 진지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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