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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고 왔는데, 빚만 안게 됐습니다."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 상권이 수년간 침체 상태에 머물면서 상인과 건물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개 공공기관 이주가 마무리되고 아파트 입주도 진행됐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상권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당초 혁신도시에서 부푼 꿈을 안고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이 손해만 입은 채 울산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찾은 우정혁신도시에선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상가 건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건물들은 몇 년 되지 않은 새 것이라는 것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었지만, 건물 주변은 활기보다는 적막감과 음습한 기운만 감돌았다. 미분양·미임대 사태가 속출하면서 빈 상가들이 반절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혁신도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심지어는 건물이 세워지고 단 한 차례도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가들도 있다"며 "건물주들도 혁신도시에서 나름의 계획을 갖고 건물을 세웠을 텐데, 이렇게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특히 혁신도시 끝자락에 위치한 서동과 약사동에서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KCC스위첸 아파트 맞은편으로 늘어선 상가 건물 중에는 '상가 임대·분양'이 쓰인 안내 표지판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접근성이 좋은 1층 상가도 대부분이 공실로 방치돼 있으며, 그나마 임대가 이뤄진 상가 중에서도 '점포정리' 안내문을 붙여놓은 채 폐업한 곳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건립이 검토되면서 울산의 새로운 번화가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우정동도 상황이 안좋긴 마찬가지다. 현재 신세계 부지 인근에 세워진 건물들에서도 주인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처음엔 '백화점 옆 상가거리'라는 이점만으로도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백화점 건립이 계속 미뤄지고 상가들도 분양이 안되면서 상권이 활성화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가 건물 중에선 임대료를 대폭 깎거나, 아예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곳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45~50평 규모 상가의 경우 기존 보증금 5,000만 원, 월 임대료 230~250만 원 수준이었지만, 1년여 새에 보증금 4,000만 원, 월 임대료 150~160만 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점하려는 사람이 없어 마냥 상가를 방치할 수 없는 건물주들이 '1년6개월 무상임대''할인 임대' 등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걸고 있다.

임대 수요가 갈수록 줄면서 혁신도시 전체의 상가 시세 급락도 우려되고 있다. 상가를 분양받았던 이들이 손해를 보고서라도 낮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면, 유행이 번지듯 매도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권 침체 현상은 더 이상 건물주나 상인들 선에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번진 상황이다.

이에 우정혁신도시상가연합회에서 중구청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상인들은 지자체 단위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구는 박태완 청장의 공약사항에 따라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선 상태다. 중구에 적합한 혁신도시의 새로운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혁신도시 발전계획에 반영할 중점 추진사업에 대한 부서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혁신도시지원 TF팀'을 꾸렸다.

혁신도시지원 TF팀은 문화관광실, 총무과, 평생교육과, 여성청소년과, 경제일자리과, 도시과 등 7개 부서, 17명 상당이 참여하게 된다.
박태완 구청장이 "현재 혁신도시가 갖추고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혁신도시의 상권을 살릴만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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