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농심(農心)이 모처럼 밝게 웃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울산에도 곡우(穀雨)에 맞춰 20㎜ 안팎의 단비가 내렸다. 비가 오자 농부들은 서둘러 논과 밭으로 나가 물꼬를 내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웃음이 넘쳤다. 사실 울산에는 올해 들어 비다운 비를 구경조차 못하고 있었다. 특히 산간계곡과 접한 논이나 밭은 거의 물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메말랐다. 울산시와 울주군 등은 이 같은 가뭄 해소를 위해 양수기 등을 긴급 지원했지만 물을 끌어올 만한 장소마저 찾지 못해 허둥대고 있었다. 그런데 20일, 내린 단비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최소 100㎜ 이상의 비는 와야 하지만 농부들은 "이거라도 어디냐"며 반색을 하고 있다. 또 모종마저 옮기지 못하고 있던 밭농사에도 이번 비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더욱이 산불로 연일 동원되다시피 했던 공무원도 한 시름을 들게 됐다. 울산지역 기준으로만 올 들어 지금껏 발생한 산불이 수십 건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아까운 산림이 무분별하게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관련 공무원들이나 인근 주민들도 말이 아니었다.
 산불만 났다고 하면 강풍을 동반, 언제 어디로 번질지 몰라 산불발생 지역 주민들은 밤을 꼬박 새우기도 예사였다. 이번 비로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 내려졌던 건조주의보도 완전히 해지됐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자 산불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던 때에 내린 곡우(穀雨)라 금비가 되고 있다. 그러나 비가 멎고부터 예년기온을 되찾는 것과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늦서리가 내릴 수도 있다는 예보가 있어 마음을 완전히 놓을 처지는 아니다. 또 이맘때 우리나라에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중국의 황사도 예고되어 있어 밭작물이나 논 작물 모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농부들이 이번 비를 두고 풍년(豊年)비라며 반기고 있는데 반해 물가고와 실직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 서민층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채소와 과일, 돼지고기 등의 장바구니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계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닥친 이 같은 물가고로 서민경제는 한층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재보궐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민생법안 처리는 안중에도 없다. 이러니 우리 살림에는 언제 금비라 할 곡우가 내리겠는가.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