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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이 이달말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된다. 해양사업 진출 35년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10년째 계속되는 불황의 위기 속에서 회사의 노력은 절박했다. 보유 주식, 부동산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파는 등 안간힘을 써 왔다. 조선 사업이 올들어 선박 신규 수주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난 10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인데다, 해양 사업에서 초유의 위기가 겹쳤다. 이를 두고 현중 노조와 일부 노동단체 등은 타 사업부 전환배치, 교육, 휴업, 계열사 전직 등을 통한 고용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 엔진기계, 플랜트사업부의 작업물량도 모자라고,  해양은 지금 당장 수주해도 2년 뒤에나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 기약도 없이 회사 부담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급 반납, 과도한 단협 조항 개정, 인건비 절감이 전제 되지 않으면 고용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이미 조선 내업 물량 일부를 해양공장에 투입했다. 아쉬우나마 연말까지는 일감나누기로 200여명의 고용은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대안은 없다. 무급휴직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회생할 길이 없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노동단체, 일부 정치권 등의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고문'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조합은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온당한 해법 제시는 뒤로한 채 막연한 희망만 기대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기 바란다. 외부 노동단체 등과 함께 회사에 압박하면 '어떻게 되겠지' '누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무책임한 '희망고문'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회사가 처한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일터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냉철한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개별 회사의 어려움이 외부의 인위적인 도움으로 위기가 해결됐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기에 하는 소리다. 결국 노사의 문제는 당사자 외에 외부의 어느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비록 힘들겠지만, 일터와 가정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좀 더 긴 안목으로 과감한 양보와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이유다. 이것이 모두를 위한 진정한 승리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가 신규 일감확보에 모든 역량을 모으길 바란다. 중국이나 싱가포르에 밀린 주된 원인은 원가경쟁력이다. 치열한 국제 입찰에서 이기는 길은 고통분담을 통한 원가경쟁력 회복이 처음과 끝이다. 또 하나는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최다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타사를 압도하는 최고의 무형 자산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오직 세계 시장 논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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