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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끔 바깥을 거닐다 화장품 로드 숍에서 저렴한 립스틱을 사곤 한다. 립스틱을 다 바를 수도 없고, 사 온 색상 모두가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형형색색 모여진 립스틱을 보면 모든 것을 가진 듯 기분이 한껏 좋아지곤 한다.

같은 색의 립스틱을 계속 바르면 지겹다는 핑계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느끼는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감이 립스틱이 많더라도 계속 구입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지인 가운데 소비에 관련된 이야기를 즐기는 분이 있다. 이 분은 새로운 상품, 소비, 쇼핑 등이 주 대화 내용이다. 본인의 소비 내역부터 시작해 획기적인 상품이나 일반적으로 접해보지 못하는 상품,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소비 이야기 등으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듣는 사람도 이야기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듣지만 소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한껏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근검절약하는 생활 태도가 미덕이다. 그러나 적당한 소비나 쇼핑은 행복함을 안겨준다. 우스갯소리로 우울증으로 고통 받던 어느 사람이 쇼핑으로 완치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 일상적인 소비 패턴이라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마음의 만족감을 주는 소비의 비용을 가심(心)비 라고 하며 2018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쇼핑 중독과 같이 무분별한 소비는 지양해야겠지만 적은 금액 내에서 마음의 만족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긍정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만족감이나 자존감은 생각만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작은 성취들이 모이면 조금씩 자존감도 높아져 간다. 이러한 성취감 가운데서 소비를 통해 얻는 성취감도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사용되는 심리학 용어로 '플라시보(placebo)소비'가 있다. 위약 효과를 뜻하는 '플라시보(placebo)'와 '소비'가 결합된 용어로 실생활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소비는 아니지만 소비를 함으로서 마음의 만족감 혹은 치유를 얻는 소비의 형태를 뜻한다.
앞서 언급한 '위약 효과'란 실제 효능이 없는 약을 효능이 있는 것처럼 투약을 하면 환자가 약의 효능을 믿게 되어 실제로 좋은 효과가 생기기도 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심비와 플라시보(placebo)소비와 같은 소비 양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삭막한 현대사회를 일부 대변하는 모습이라 유감스럽기도 하다. 오늘날은 정을 나누며 믿고 의지하는 등의 인간관계에서 얻어져야 할 마음의 만족감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욕심과 불신, 경쟁과 불안감에서 인간의 정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 현대화가 가속화 될수록 인간 대 인간으로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 대신 물질적인 것, 즉 더욱 소비에서 찾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 아쉬움도 함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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