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식 의정활동 3개월도 채우지 않은 제7대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선진지 견학을 빌미로 이달 말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기로 해 눈총을 받고 있다.

그것도 제7대 광역의회 출범 이후 전국 17개 시·도의회 중 해외연수 첫 테이프를 울산시의회가 끊게 생겼다.

무엇보다 조선업 장기 불황 등에 따른 대량 실직사태로 지역경제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민 정서에 반하는 처신이란 점에서 이번 해외연수의 적절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울산시의회는 환경복지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가 이달 28일부터 각각 4박6일과 4박5일 일정으로 공무국외여행을 떠난다고 밝혔다.

우선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환경복지위의 이번 해외연수단은 전영희 위원장과 서휘웅·안수일·백운찬·김시현 의원 등 상임위원 5명 전원과 관계공무원 6명을 합쳐 11명으로 꾸려졌다.

환경복지위는 이번 여행의 목적으로 선진 외국의 도심 녹지공원과 자연 관광자원화, 물 재이용 등 수자원관리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4박6일 일정 중 기관방문은 3곳밖에 없고, 나머지 대부분은 쥬롱새공원과 국립식물원, 셈토사섬, 말라카 도심공원, KLCC 공원 및 푸트라자야 공원 등 유명 관광지 일색을 채워졌다.

또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과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하는 산업건설위의 연수단은 장윤호 위원장과 이시우·윤정록·김성록·박병석 의원 등 5명과 관계공무원 6명 등 11명이 참여한다.

산업건설위는 최근 한반도 해빙 분위기를 맞아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계한 북방경제협력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극동 물류 거점시설을 견학, 지역에 맞는 경협사업을 발굴·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행계획을 짰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일정에는 두 도시의 물류인프라 견학과 시청, 항만청 방문 계획이 들어 있으나 이번 여행 목적과 관계없는 발해 유적지·성터와 하바롭스크 향토박물관,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문화 체험 등 순순 관광 일정도 눈에 띈다.

게다가 두 상임위는 여행 일정을 방문국 기관 공무원이나 공공시설 직원들이 쉬는 주말과 일요일을 중간에 넣어서 잡는 바람에 제대로 된 시설 견학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와 10월 임시회 일정 등을 고려해 잡은 일정이 해외연수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결국 관광성 외유에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를 만든 셈이다.

두 상임위의 이번 해외연수는 당초 계획단계에서부터 시기나 지역 여건 등에 비춰 '무리'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의원들은 개의치 않고 밀어붙였다.

심지어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검토해 달라는 황세영 의장 등의 만류가 있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상임위의 이번 해외 일정은 상임위 배정이 완료된 지난 7월부터 몇몇 의원들에 의해 집요하게 추진됐다.

때문에 해외연수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10일 열린 시의회 의원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에서도 두 상임위의 여행 계획은 무사통과됐다.

새내기 초선 의원들로 채워진 시의회의 선급한 해외여행에 대해 비난에 쏟아지는 것으로 이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열공해야 할 시점에서 열일 제쳐두고 무더기 해외로 나가는 것이 시민들의 눈에 꼽게 비칠 리는 만무하다.

울산시의회 안팎에선 "이번 정례회를 마치면 연말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한 달여 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 시기에 초선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