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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일선 고교의 절반 정도가 교재연구를 위한 교사용 도서를 단 한권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 열 명 가운데 한 명꼴로 1년간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발표에 이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교육청은 최근 울산지역의 각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교사용 장서 수를 조사한 결과 49개 고교의 46.9%인 23개 학교가 교사용 장서를 한권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내려갈수록 교사용 장서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의 아이들이 미취학 시기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어느 정도 독서를 하지만 이후는 교과서 외의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지적 호기심이 더 왕성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거꾸로 가고 있다. 학생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사도 고학년 담당이면 덩달아 책을 놓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울산지역 전체 학교의 교사 1인당 평균 장서 수는 8.6권이고 고교는 5.2권, 중학교 8.3권, 초등학교 11.5권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반해 학생 1인의 평균 장서 수는 9.5권으로 교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교육관련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그 돈이 그럼 다 어디로 들어갔다는 것인지, 학교의 장서 수준을 보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학교마다 수십억 원을 넘는 학생회관은 거의 다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장서확보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교육당국과 학교, 일선 교사들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교재연구용 도서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고, 교사들이 얼마나 많이 주문하느냐가 바로 그 척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울산지역 학교는 장서확보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교사 역시 전문도서 구입에 별반 의욕이 없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만을 매년 똑같이 우려먹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 울산공교육의 현주소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부터 교과서 이외에는 거들 떠 보지 않는데 무엇을 물어 볼 수 있겠는가. 묻지 않는 학생, 교과서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전달하려 하지 않는 교사가 지배하는 교실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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