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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생명은 하나랍니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도 담장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도, 혀 없는 개, 복이도.
찬바람 부는 가을 어느 날,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마을에 들어왔어요. 가을에 들어온 개는 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대요. 그래서 떠돌이 개는 '복'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복이는 다른 개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혀가 없었어요. 누군가 나쁜 마음을 가진 어떤 이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지요. 생명은 존중 받아야 하고, 고통은 똑같이 느끼는 건데 안타깝게도 떠돌이 개 복이는 마음이 없는 사람을 만났던 거지요.
복이는 혀를 잃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엄마의 도움으로 새끼를 낳아요. 세상에서 가정 소중한 새끼들을 얻었으니 복이에게 정말 복이 찾아 온 거지요.
하지만 마냥 행복한 시간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아이도 자라 어른이 되면 정든 부모님 곁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것처럼, 복이도 새끼들을 보내야 했거든요.
이별은 슬프지만 새끼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하는 거지요. 하지만 그 보다 복이도 엄마 곁에서 살 수 없게 되었어요.
엄마가 사는 공간은 복이가 살만큼 안정적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복이를 시골 할머니 집에 데리고 갔어요.
혼자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는 복이를 반갑게 맞았지요. 복이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진 거예요. 할머니를 외롭지 않고 즐겁게 만드는 일. 할머니도 일이 생겼어요. 복이의 밥의 챙겨주고 눈을 맞추는 일.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정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눈을 맞출 수 있는 생명이 있는 것들 사이에는 언제든 따뜻한 정이 생길 수 있어요.
복이는 다시 좋아졌어요. 혀를 잃고, 새끼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슬픔 뒤에 찾아온 위안.
마지막으로 엄마의 편지가 마음을 움직입니다.

복아, 엄마야
들리니?
널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검고 따뜻한 너의 두 귀를 하늘 아래쪽으로 열어주겠니?
아, 그리운 너의 두 귀, 엄마가 꽃잎 만지듯 귀하게 기쁘게 만지던 너의 두 귀, 이 뿐이랴. 구슬치기 하듯 정확하게 조준해 맞추던 너의 두 눈, 코는 또 어땠어. 너의 코에 딱지처럼 늘어 붙어있던 마른 흙 떼는 걸 좋아했었지.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가을이 왔네요. 복이에게 편지를 쓴 엄마처럼,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와 나만 아는 추억을 쓰는 거예요. 친구가 그 편지를 읽으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면서요.
 아동문학가 최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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