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노조가 지난 24일, 올해 임·단협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위기로 노사 어느 쪽도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협상이 잘 되리라고 보는 쪽은 없었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조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따른 전술변화를 할 의지가 전혀 읽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의 덫으로 더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올해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이번에 한해 1년으로 단축하자는 내용을 요구안으로 확정한 것에서도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줄곧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던 단체협약을 올해에만 굳이 1년으로 단축하자는 이유가 금속노조에 있다니 어이가 없다. 민주노총소속 개별 사업장이 최근 민노총의 독주와 노동현장과 무관한 정치이슈로 파업에 끌어들이는 정치놀음에 반발, 탈퇴를 하고 있는데도 현대차노조만이 금속노조 지침을 더 열렬히 신봉하겠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단체협약의 협상권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짝수 해에 몰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노조가 올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자는 것 역시 금속노조 지침에 따른 결정이다.
 여기다 생산물량 감소와 조업단축을 할 수밖에 없는, 지난해 노사가 잠정합의를 하던 당시까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에서도 주간연속2교대제를 무조건 관철하겠다며 고집하고 있다. 그것도 임금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이다. 상견례를 하루 앞둔 23일 증시에 발표된 현대차의 올 1분기 경영실적 평가도 안중에 없었다. 현대차는 이 기간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30%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1%나 감소했다.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보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 정도의 판매량감소라면 벌써 일부공장 매각과 같은 초강수의 구조조정안이 나왔을 법한 시점이다. 세계자동차시장에 한 세기 동안 군림했던 GM이 생존의 문턱에 와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무슨 일이, 언제 닥칠지 모를 살얼음판에 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 최상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차노조는 올해도 상급단체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요지부동으로 고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간연속2교대제와 같은 개혁적인 근무시간 변경까지 관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 스스로 상금단체의 굴레에서 먼저 벗어나려는 결단이 없이는 문 닫는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