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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공업탑 소재의 한 요양병원이 8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80여 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장병원'은 현행법 상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의 자격인을 고용해 병원을 개원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6일 속칭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요양급여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로 모 의료법인 사무장과 이사장을 입건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병원이 개설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의사도 함께 검찰에 넘겼다.

사무장 A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의사 B씨 명의를 빌려 울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10억원 상당을 타낸 혐의다. B씨는 의사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매달 800만원을 급여 형태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후 장인이자 이사장인 C씨와 의료법인을 세워 2011년 11월께 B씨로부터 해당 요양병원을 형식적으로 인수, 최근까지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 76억원 가량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A씨는 서류상 물리치료사로 등재돼 있었지만,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자신의 명의 통장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지출하고 대금 결제 등을 승인하는 등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것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명의를 빌려 개인병원을 개원한 게 맞지만, 의료법인 형태로 전환한 다음부터는 정상적인 운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경우 의료인이 아닐 경우라도 설립이 가능함에 따라 법인을 통한 비의료인의 병원 운영에는 불법성이 없다는 맥락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7년 펴낸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 편람에선 '법인형 사무장병원'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표면상 의료법인을 개설해 요양기관의 운영과 손익 등을 법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한 경우, 의료법인의 불법적 설립 및 운영과정을 고려해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된다.

의료법인의 불법적 운영은 이사진의 횡령 및 배임행위 존재 여부를 보면 된다.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의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일반인에게 손익을 귀속시킬 수 없다. 이에 따라 법인의 이익이 외부로 유출됐다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인 이사진의 횡령 및 배임행위가 존재하게 된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C씨와 함께 의료법인 자금 4억9,000만원가량을 이사회 동의 없이 임의로 지출해 개인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쓴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해당 의료법인의 이사진은 A씨의 주변인물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경찰은 A씨가 이들의 도장을 관리하면서 사안에 대해 독단적으로 의결한 후 통보하는 등 법인이 형식적으로 운영돼 온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경우 법인을 통한 운영도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 A씨 등이 챙긴 해당 요양급여비를 회수하도록 공단과 보건 당국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법인 설립 기준 강화 등 사무장병원을 막기 위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의료질서를 교란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무장 병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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