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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지원을 받는 유치원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3년간 울산지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모두 27개 유치원이 주의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소유 차량유류비나 개인비용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하거나 5,000만원 이상 물품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8년도 유치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은 모두 27개 사립유치원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울주군 S 사립유치원의 경우 개인 소유 차량유류비 등 개인비용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하고 회계서류 증빙서를 누락해 '주의'와 총 59만 5,000원 보전 처분을 받았다.  또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 초과 근로계약 체결로도 주의 처분을 받았다. 울주군 O 사립유치원은 직원 이중 근로계약 작성 및 급여 이중 지급으로 경고와 850만 원의 보전 처분을, 추정금액 5,000만 원 이상 물품계약을 1인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주의 처분을 받았다. 남구 C 사립유치원은 개인 물품인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뒤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가 주의와 198만 원의 보전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인 적발 내용 중에는 개인 소유 차량 유지비를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한 사례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박 의원이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명단공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은 "박용진 의원,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명단 공개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감정적"이라는 논평을 냈다.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평균 지적건수 3.2건은 크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지적건수 전체가 비리라는 박용진 의원의 주장은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사립유치원은 사인이 경영하는 학교로 법적인 성격이 존중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박 의원 측은 △감사결과를 해당 유치원이 수용한 건만 공개했고 불복을 해서 처분이 완료되지 않은 건이나 소송이 진행중인 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사안의 경중을 의원실이 판단하지 않으며 올해 7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도 감사결과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전체 적발 건에 대해 공개하기로 한 결정과 같은 맥락이다 △유치원 감사는 시도교육청 별로 감사실 인력과 감사를 하는 기준이 다르며 의원실은 2018년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첫날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 측은 "앞으로 감사결과 보고서와 리스트도 시도교육청 별 2013년 ~ 2018년 자료까지 추가로 확보해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재보다 감사 적발 유치원 수와 적발 건수, 금액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제 정부의 대책으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당정은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국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중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장 등에 대해선 실명을 공개하는 고강도 종합대책을 다음주 중으로 내놓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조만간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과 관련해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하며 다음 주 중으로 정부와 유치원 비리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쓰여야 할 국민혈세가 유치원 원장의 쌈짓돈으로 쓰인 사실이 드러났다. 5년간 시도교육청 감사를 받은 유치원 중 91%에 달하는 1,878곳에서 비리가 적발됐단 점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전국 사립유치원 9,000곳 전수조사시 얼마나 더 많은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지 상상도 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현행법과 제도로는 비리 유치원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환수할 방법도, 처벌근거도 없다는 사실이다. 유치원에 지원하는 국민혈세만 매년 2조에 달하는데 대책이 이 정도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더욱이 기가 막히는 것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선출직 교육감이라는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거 때문에 비리를 눈감아 주는 구조라면 썩은 시스템이다. 이제와서 당정이 나서고 교육부가 회계·감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교비 빼돌리기 수법을 비롯한 해묵은 비리를 제대로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비리 유치원을 적발하는 감사시스템과 국고지원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다. 물론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은 명단공개는 물론 사법당국에 고발조치 등 철저한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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