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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경제사령탑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예산국회에 난항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여야가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의 예산을 사수해야 하는 책임을 맡은 기획재정부 수장이 교체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경제 투톱'의 교체는 기정 사실화된 상황이었지만 예산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경제수장을 바꾸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이번 인사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고유의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안상수 예결특원장은 청와대 인사가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예결특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경제수장 교체를 정기국회 이후로 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청을 끝내 외면하고 예결위를 무력화시켰다"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 청와대의 경제부총리 교체는 국회를 들러리로 만들고 청와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국회 예산심의 기간 중에 경질한 건 경제부총리도 없이 2019년도 예산심의를 받겠다는 것으로 국회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을 통해 "국회에서 한창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에 책임자인 경제부총리를 경질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예결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국회 무시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담은 배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예산인 내년도 예산안의 원안사수와 함께 홍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라는 두 가지 부담을 안게 됐다.  현직 부총리와 후임 부총리의 불편한 동거도 여권으로선 달갑지 않은 대야(對野) 협상 환경이다.
기재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예산심사와 동시에 홍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도 해야 한다. 군 면제 이력 등이 있는 홍 내정자 임명이 장기화할 경우 예산 심사에 대한 기재부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권은 예산안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홍 내정자에 대한 검증에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홍 내정자의 병역 면제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에 대해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470조5,000억 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의 원안 사수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홍 내정자가 청문회를 마친 뒤 정식으로 임명되려면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는 이미 교체된 김동연 부총리가 예산안 심의를 책임져야 한다. 교체가 예정된 김 부총리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조원호 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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