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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가 시작되면서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에 대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단체장이 산하 기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나 정실·보은 인사, 퇴직 관료 위주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로 논란과 경영 부실, 지방재정 악화 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까닭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의회도 원구성 직후부터 인사청문화 도입을 주장했고 이제 울산시와 어느 정도 제도적 윤곽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울산시의회가  지방의회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인사청문회'가 실시 시기를 놓친데다 청문 대상을 대폭 줄이면서 '반쪽 인사청문회'로 전략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고, 지방 공공기관장의 자질과 전문성 등을 검증하려는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와 시의회가 조율 중인 '인사청문회제도 협약서'에 시 입장만 지나치게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본래 기능을 못하는 '통과 의례'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시의회는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해 지난달 중순까지 울산시와 두 차례의 실무 협의를 가졌고, 이를 통해 청문 대상기관과 청문주체, 청문 심사 및 기간 등에 대한 의견 절충을 이뤘다고 진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시의회가 제출한 인사청문 협약서에 대한 법적 검토와 문구 수정 중에 있으며,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협약서에 대한 합의에 이어 협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와 의회는 늦어도 이달 중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위한 협약식을 가질 예정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의 연내 시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는 이달 안에 모두 마무리되며, 시행 절차만 남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청문대상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축소된 데다 협약서에 담긴 내용도 후퇴해 시작도 하기 전에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청문 대상은 당초 울산시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은 물론 개방형 부단체장을 비롯한 부서장급 간부공무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시의회와 시민사회의 입장이었지만, 양 기관의 실무협의에선 이 같은 희망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양측이 합의한 청문 대상은 지방공기업인 울산도시공사와 울산시설공단 등 2곳과 출연기관인 울산발전연구원, 울산경제진흥원, 울산신용보증재단, 울산문화재단 등 4곳을 합쳐 모두 6곳으로 정해졌다. 당초 요구한 개방형 간부공무원과 출자기관인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울산테크노파크는 청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와 함께 협약서 초안에는 인사청문특위가 청문결과보고서를 채택,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장에게 제출토록 하면서 '시장은 청문회결과보고서의 내용을 참고'만 하도록 명시해 제도 취지와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고만 할 청문을 왜 굳이 해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의회 스스로가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만드는 중대한 흠결이다. 시민단체에선 법적 근거가 미비된 상태에서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인사청문보고서의 내용을 인사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거나 최소한 '결과보고서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권장 수준의 문구가 합의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시의회가 당초 계획대로 연내 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준비를 끝낸다해도 청문 대상기관인 울산시설공단과 울산도시공사, 울산경제진흥원, 울산문화재단 등은 이미 기관장 인사가 완료됐기 때문에 시기를 놓친 상태다. 또 지방공기업 사장과 출연기관장의 임기가 2~3년인데다 대부분 한 차례 유임을 통해 단체장과 임기를 같이 하기 때문에 이들을 인사청문회장에 세울 기회는 제7대 시의회에선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1~2명의 기관장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현재의 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땐, 모처럼 어렵게 도입한 제도를 써먹지도 못하고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임 기관장이나 연임기관장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관건은 무엇보다 울산시장과 시의회의 의지다. 이 가운데서도 송철호 시장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인사청문회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지만 시장의 의지만 제대로 구현된다면 당장 못할 것도 없다. 임기가 시작된 공기업 임원들도 유임시에는 반드시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및 유급보좌관 제도 등 권한과 위상을 한층 강화할 계획으로 있다. 이미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청문회 등 관련법을 제정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의 실천과 운용의 묘를 제대로 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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