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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이제 새로운 르네상스로 도약하고 있다. 태화강 십리대숲처럼 푸르면서 죽순처럼 쑥쑥 문화예술이 자라 올라오고 있다. 4,000년 역사의 찢어질대로 찢어진 가난을 절망의 피부병처럼 걸치고 살아온 민족의 새로운 활로가 되었던 도시답게 가식을 벗고 예술의 희망봉으로 달리고 있다. 

메마를 대로 메말라빠진 고향의 문화풍토였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팽겨쳐버리던 문화였다. 오직 공장의 굴뚝 수가 늘어나는데만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과수원의 뿌리가 마르고 수확을 앞둔 들판의 벼들이 모두 쭉정이로 변했다. 태화강도 따라 죽고 있었다. 등뼈가 굽은 물고기가 낚시를 물고 올라오기까지 강은 얼마나 오염으로 신음했을까?

아무리 돌아보아도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뿐 어느 한 곳도 인간을 아름답게,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의 공장은 없었다! 정서를 생산하는 공장을 만들 자! 하고 생산했던 제품이 울산예총이었다. 1973년 1월 이었다.

울산예총은 "처음엔 미약하지만 후에는 창대해지리라" 성서에 있는 말대로 이루어졌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동안 따뜻이 보살펴준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받들어 다시 머리 숙인다. 다섯 미만의 예우들의 뜻을 모아 시작이었던 단체가 지금은 2,000명에 이르게 되었으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으랴. 글을 쓰다 울먹일 때가 더러 있지만 왠지 벅찬 감격이 자꾸만 눈을 가리고 있다.

작년 이맘때였다. 울산예총이 마련한 울산예술제에서 김기현 전 시장이 대중가요 안동역을 울산역으로 개사해 부르면서 시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은 사실을 나는 본란에 소개한 일이 있었다. 

같은 노래라 할지라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느끼게 되는 감동은 각각이다. 시민들로선 지체 높은 시장이 드물게 들려주는 노래 한 곡으로 삶에 더 없는 위안을 받게 되고 생활에 청량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보기 좋게 또 노래로서 시민과의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놓게 되었다. 

지난 11일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매년 갖게 되는 울산 태화강합창단 발표회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대개의 경우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내빈을 소개하고 그 내빈에게 노래를 청하게 되면 관람석에서 박수와 함께 함성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 날은 사회자가 아닌 권정성 지휘자가 이를 유도했으니 안 받아 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어이 송철호 시장을 무대 위에 서게 한 지휘자는 또 한 사람의 단원을 불러내 송시장과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 단원은 고령의 소프라노 김봉자씨였다. 김봉자씨는 성악을 전공한 이후 올해 여든한 살이 될 때까지 음악 속에서 살아온 성악가로 내가 늘 자랑스런 울산의 예술인으로 꼽는 여장부이다.

두 사람의 레파토리는 최용식이 작사 작곡하고 가수 유심초가 불러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 된 "사랑이여" 였다. 가사가 시적이면서 곡도 우아하기 그지 없는 그 노래가 자막에 뜨기가 바쁘게 쏟아져나온 박수, 공연장이 떠나갈 듯 한 함성 그 순간은 말 그대로 무아지경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는 노래를 부를 줄은 몰라도 가창의 우열을 가릴 줄 아는 편이다. 노래 속에 묻혀 있어야하는 방송사 생활을 25년을 넘게 했으니 무리한 제자랑은 아닐터이다. 송철호 시장의 절창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열정 어린 절창이 울산의 예술인들에게 힘이 되고 시민들과는 더욱 가까워진 소통이 될 것 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몰려나오는 관객들도 이구동성으로 송 시장의 노래실력을 격찬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과의 절묘한 소통의 시간이었다. 나는 송 시장의 절창을 들으며 성숙해 있는 울산의 문화예술에 저와 같은 열정으로 힘이 되어 준다면 분명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리라 더 도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인류문화를 바꾸어놓은 유럽의 르네상스도 시대적인 배경이 있었지만 시민을 이끌어가는 그 나라 그 도시의 관(官)이 관심 어린 지원으로 이룩한 결과였다. 그리고 나의 기억으로 울산의 민선시장이 예술을 아껴 육성하려 하지않는 시장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발전된 울산의 예술이 이제 진정한 르네상스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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