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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이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 대해 유연한 접근 방식을 시사했다. 송 시장은 지난 주말 '시, 구·군, 산하기관 시정발전을 위한 소통 및 화합행사'를 통해  암각화 박물관과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대곡박물관 등을 둘러보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가감없는 의견교환을 했다. 반구대암각화를 방문한 자리에서 송시장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 대해 생태제방안의 대안으로 외곽으로 유로를 변경하는 2차 방안을 강구하는 등 다각도로 해결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유로를 변경해 사연댐 수위가 올라가더라도 침수가 되는 현상을 방지해 보존한다는 안으로 박맹우 전 시장 재임시절에 제시됐던 보존방안을 새롭게 보완하는 안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로변경안의 경우 문화재청의 반대가 심했던 안으로 여전히 문화재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 자체를 집중해서 보존대책을 찾을 경우 유로변경안은 유력한 보존안이어서 울산시의 대응에 따라 진전된 안으로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의 보존문제가 다시 여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섣부른 합의 발표 때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사연댐 수위조절에 지자체가 합의했다는 식으로 발표를 했다. 언론에서는 일제히 '지난 50여 년 동안 반복된 침수와 노출로 훼손이 심각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인근 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했다'는 보도를 냈다. 경북 구미와 대구·울산을 포함한 낙동강 수계 인근 지자체가 용역을 통해 물 문제를 통합 관리할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고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더 낮출 수 있도록 환경부와 인근 지자체가 나서 식수(食水)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보도였다. 즉각 반발이 나왔다. 대구지역 언론들은 이 총리의 발표가 나오자 마자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운문댐 물을 울산과 공동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울산의 경우 침수로 인해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식수로 사용하는 사연댐의 물을 빼고 새로운 취수원을 찾아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물문제와 연계된 예민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도나 대구 구미는 물론 경북도와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맑은 물 문제를 전제할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은 울산시민들의 정서와 이해를 구해야 하는 또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만큼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문설치나 운문댐 식수 공급 등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문제보다 유로변경안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유로변경안은 암각화 상·하류에 제방을 쌓아 암각화 주변에 물길이 닿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고, 물길은 다른 경로로 소통시키는 방안이다. 가장 큰 장점은 상·하류에 건설되는 제방에 의해 암각화 주변 약 500m구간은 사연댐 건설 전 자연상태로 유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연댐 물도 그대로 확보할 수 있고 홍수 경감효과도 유지된다. 하지만 문화재 관련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유네스코 등재 조건인 주변 지형이나 환경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자연경관까지 함께하는 암각화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지 않고 반구대암각화만을 단독으로 등재 신청을 할 경우 이 안은 매우 유력한 안이 될 수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문화재 위원 등이 주장하는 사연댐 수문설치의경우 물공급량 감소, 배수효과 문제, 유속문제, 수질문제, 하류 울산시의 홍수문제 및 제반 수리·수문학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하루 13만톤 공급할 수 있는 사연댐의 저수량이 1/3이하로 줄어드는 문제는 대안이 없으면 공상에 불과한 이야기다. 송 시장이 반구대암각화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밝힌 만큼 이제는 무엇보다 논의의 초점을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집중적인 검토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가 지자체와 문화재청, 정부부처 간의 이견으로 갈팡질팡 했다면 이번 기회에 이를 일소하고 반구대암각화 보존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때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말잔치와 문화재위원들의 탁상공론에 인류의 유산인 반구대암각화가 철저히 짓밟혀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반구대암각화를 가장 철저하게 파괴한 '주범'이 바로 이들인데도 여전히 대안 없는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물에서 건져낸 뒤 가능한 지속성을 가진 보존 대책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물에 빠뜨려 놓고 갑론을박 하는 따위의 우매한 일을 또다시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고 이를 통해 문화재 당국을 압박해 가는 일이 순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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