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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국민투표 결과 탈원전 법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탈원전을 강행하며 "대만도 탈원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고 말해 왔다.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와 관련 울산의 이채익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은 대만의 탈원전 폐기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만을 롤모델로 삼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도 더 이상 독단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대만은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면서 아시아 최초로 탈원전을 추진했고 지난해 1월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총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올해 전력 예비율이 적정수준인 15%에 한참 부족한 6% 수준을 기록했다. 총 전력생산에서 원전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석탄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에 대만 국민들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공급 불안과 석탄발전 감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결국 정부의 탈원전 법안 폐기를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만에 비해 우리의 경우 비교가 안될 전도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0년간의 원전 가동을 통해 세계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을 축적해 왔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미 원전관련 전문 인력들은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갔고 대학과 연구기관의 원자력 관련 인력은 지원자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으로 한국전력은 상반기에만 8,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추가 전력구입비가 약 147조 원이나 들 것으로 추정된다.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인근 지역도 천문학적인 경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 68%가 원자력 발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상황이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를 결정하면서 탈원전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사여서 관심이 증폭됐다. 원자력계는 이런 의견이 에너지 기본기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국민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실시한 것으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다. 이 조사는 원자력학회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만19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에서 향후 원자력발전의 비중에 대해 응답자의 35.4%가 '늘려야 한다', 32.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28.5%였다.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 물음에는 '찬성' 69.5%, '반대' 25%였고, 안전성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가 57.6%, '안전하지 않다'가 36.8%였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44.8%)와 '못하고 있다'(46.5%)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진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경우도 특정 정당의 지향점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세계의 흐름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원전 굴기'론이 한창이다.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대기업, 원자로 제조사 등 민관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어떤가. 탈원전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첨단 원자력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탈원전을 외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적인 문제이자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앞으로의 지향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이같은 숙고의 과정을 통해 국가적인 에너지 문제를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 처럼 친환경 정책과 어울리는 에너지가 원전과 무관한 것인지도 보다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고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국가적인 에너지 정책이 발목을 잡혀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문제를 안전과 환경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고 어려운 문제다. 울산의 경우 아래 위로 거대한 핵발전소를 두고 있지만 지역의 여론은 원전폐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동이다. 이같은 여론이 무엇을 위한 결정인지 정부는 제대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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