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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판가름 하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추락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정유사의 4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에 이은 석유화학의 위축에 따라 한동안 3대 주력산업의 동반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12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첫째주 3달러로 시작해 둘째주 2.6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7.3달러였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져 있어 팔수록 손해 볼 수 없는 적자구간으로 접어든 셈이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이 2달러 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 8월 둘째주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만회에 성공해 8월 월간 평균 3.9달러로 마감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아시아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으로부터 잉여 휘발유 물량이 유입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95%를 넘겼고 중국의 티팟(소규모정제설비)의 가동률도 3개월 최대치인 65%를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동시에 석유제품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미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정유업계는 근심이 큰 상황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약 30~45일 걸린다. 10월 초 배럴당 82.8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일 59.2달러까지 하락했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 원유를 싼 가격에 판매하게 되면 회계장부에 그 만큼 손실로 처리해야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4분기 합산 재고평가손실만 8,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제마진까지 악화되면서 증권업계는 국내 정유사 상당수가 4분기에 정유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년 연속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SK이노베이션은 목표달성이 불가능해졌다. 올해 분기마다 꾸준히 7,000억원 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2,000억~4,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에도 시황 호조에 따른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정유사들은 막판 실적 악화에 아쉬운 마무리를 하게 됐다. 다만 정제마진 악화는 내년부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유가 급락,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정제마진은 일시적으로 경색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정제제품 수요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6월과 비슷한 환경으로 정제마진이 저점 기록 후 빠르게 반등했던 것과 동일한 모습을 보인만큼, 단기적으로도 내년 초면 아시아 정제마진은 반등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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