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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숨가빴던 한해였다. 무엇보다 울산은 23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지방정권의 혁명적인 사건이 있었던 한 해였다. 민선 7기가 지난 7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지 반년이 흘렀다. 올해는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이 완전히 다른 정치지형을 갖게 됐다. 보수의 성지처럼 인식되어온 울산이 진보정치의 심장으로 완전히 변모했다. 시장부터 기초단체장은 물론 시의회와 기초의회까지 진보정당의 후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울산이 진보정치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반년전 첫 업무를 시작한 시장과 교육감, 구청장 및 지방의원들은 이제 지난 6개월 간의 업무에 냉엄한 평가를 받게됐다. 그동안 송철호 시장과 노옥희 교육감 등은 야당으로 있을 때나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갈망해온 사업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챙겼다. 아직은 냉엄한 평가가 이른 시점이기도 하다. 고작 6개월의 행정업무를 두고 평가한다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그럴 시간이 없다. 울산은 지금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단체장들은 임기의 반년을 보내고 첫 새해 업무에 들어가게 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를 원했던 시민들의 부름을 받은 단체장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지금 울산의 현안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난 6개월의 경험치로 잘 파악했으리라 짐작한다. 시민들의 삶에 가장 다가가는 정책,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그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냉소주의를 키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방에서도 정치가 실종된 것은 다름 아닌 지역 정치인 스스로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풍조다. 정치가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에 동원되는 수단으로 전락해온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정치·행정 일꾼들은 그럼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아낌없이 연대해 나가길 바란다. 지난 6개월의 행보는 협치와 소통에서 아직은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공동선을 지향한 소통과 연대는 사회의 혈관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즉 울산의 시정에 건강한 혈관이 깔리도록 소통과 연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지향해 나가길 희망한다.

지방정치는 선출직보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몫이 더 크다. 시민의 원활한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만 지역사회가 순탄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중앙 정부가 인간 중심의 행정을 펼치는지,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민복지와 행복을 뒷전에 두고 개인과 특정 단체의 이익만 추구하는지 철저히 감시 감독하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몫이다.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주어진 정당한 권리로 견제하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울산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변화를 갈망했다. 그 결과 시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완승했다. 무엇보다 과거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엄중한 질책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13 지방선거는 보이지 않는 민심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었다. 울산의 경우 정치신인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는 새로운 지방정치사가 만들어졌고 그동안 텃밭으로 치부해온 기존 정치권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아성이던 시장자리가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이제 그 동력을 바탕으로 울산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6개월을 달려왔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의욕으로 출발했던 송철호 시장과 노옥희 교육감을 비롯한 울산의 단체장들은 이제 그동안 펼쳐온 정책의 방향과 순서를 제대로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한 해를 보내는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난 6개월간 의욕적으로 펼쳐온 시정과 교육행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야 하는 일이다. 막연한 여론이나 주장에 휩쓸리지 말고 성과와 수치, 반응과 결과 팩트체크를 통해 확실하게 진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업이나 정책에서 소모적 대립과 갈등 요인이 없는지를 살피고 소외되고 배제된 부분이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으로 시민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울산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동력을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이나 정책, 새로운 투자가 침체된 울산을 다시 뛰게 할 수는 있지만 결코 그것으로 울산이 새로운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고장 울산을 사랑하는 마음, 울산에 대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감이 울산의 내일을 보장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선순위와 속도의 문제를 제대로 살피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새로운 울산을 만들어 갈 것인지를 점검해 다시 뛰는 울산을 만들어가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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