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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해양경찰서 김광진 수사과장이 15일 울산해경 중회의실에서 울산의 한 어촌마을에서 '가짜 해녀'로 등록하거나 조업실적 등을 허위로 꾸며 수십억원대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긴 어촌계장과 마을주민 등 130여명을 검거했다는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울산해양경찰서 김광진 수사과장이 15일 울산해경 중회의실에서 울산의 한 어촌마을에서 '가짜 해녀'로 등록하거나 조업실적 등을 허위로 꾸며 수십억원대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긴 어촌계장과 마을주민 등 130여명을 검거했다는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울산의 한 어촌마을 주민들이 한 통속이 돼 가짜 해녀로 등록하고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십수억원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은 본업이 따로 있었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도저히 물질을 할 수 없는 암환자나 장애인까지 있었는데도, 해녀 증명서 발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어업피해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가 검증 없이 받아들여지는 등 제도적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울산해양경찰서는 해녀 조업실적을 허위로 꾸며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도록 한 혐 울주군 서생면 일대 마을 어촌계장 A(62)씨와 전 이장 B(60)씨, 전직 한국수력원자력 보상담당자 C(62)씨 등 3명을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가짜 해녀로 등록해 어업 피해 보상금을 받아 챙긴 마을주민 130명은 사기 및 사기 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 등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의 나잠어업 조업 실적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2016년 초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한 마을 주민들이 수십억원대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해당 마을 인근 바다에서는 원자력발전소와 원유부이 이설 공사 등으로 어업피해가 발생했고, 관계기관들은 해녀들에게 보상을 진행했다. 이에 울주군 서생면 일대 어촌은 모두 어업 피해 보상금 수령을 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조업 실적 자료를 제출해야만 했는데, 이 마을 주민들은 조업 실적이 없거나 실적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탓에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었다. 이에 A씨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공모해 실적을 허위로 만들기로 했다.

A씨와 B씨는 고리원자력본부에서 12년간 보상 민원업무를 담당한 전직 한수원 직원 C씨와 함께 A4용지 10박스 분량의 개인별 허위 조업 실적을 만들었다. C씨는 A씨 등으로부터 2007년 고리원전과의 협의 보상 시 작성됐던 총생산량 자료, 해녀 명단, 자체적으로 정한 주민별 보상 등급표 등을 건네받고, 해녀들이 작업하기 좋은 물때가 기재된 기상 자료를 입수해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생산량을 임의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허위 조업 실적 자료를 만들었다. 이들은 그 대가로 주민 1명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돈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허위 실적을 노트에 받아 적어 실제 조업한 실적인 것처럼 꾸몄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해녀로 등록되는 점을 악용했다고 울산해경은 설명했다. 어업 피해 보상금은 조사기관에서 나잠어업 신고자들을 대상으로 조업 실적, 실제 종사 여부를 확인해 보상등급을 결정하면 감정평가기관에서 개인별로 지급한다.

이 마을의 전체 주민은 270명 중 나잠어업 신고자는 130여명인데, 이 가운데 약 80%인 107명이 가짜 해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남자만 51명으로 확인됐다. 가짜 해녀 중에는 PC방 사장, 체육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있었고, 노령에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나 말기암 환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본인뿐 아니라 친인척까지 가짜 해녀로 등록한 주민들도 있었다. 이 외에 진짜 해녀라고 하더라도 조업 실적이 피해보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모두 14억원에 이른다. 

어업 피해 조사를 담당한 모 대학교 수산과학원 D 교수도 마을에서 제출한 허위 조업 실적을 토대로 어업 피해 조사 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해경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은 인근 마을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7억원의 보상금을 타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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