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시작도 전에 어민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사업 예정 해역인 동해 가스전 일대가 '황금어장'이어서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 어민들이 대규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와 수산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동해 가스전 해역은 정부가 공식 지정한 92, 93, 94 해구(구획)로 큰 어장이 형성돼 있다.
 이 해역에는 가자미, 오징어, 문어, 대구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어류가 서식한다.
 이 때문에 울산 앞바다라고 하더라도 부산과 경북 경주, 포항, 강원도 등 전국 채낚기, 자망, 기선저인망 어선이 대거 몰리는 황금어장이다.


 특히,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2016년부터 3년째 상대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지 못하면서 이 어장은 전국 어선이 몰리고 있다.
 국내 어선이 이전과는 달리 일본 EEZ를 넘어가서 조업하지 못하고, 한국 EEZ인 동해 가스전 주변 해역에서만 조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 방어진 위판장에서는 한 해 280억원 상당에 이르는 어류의 위판이 이뤄지는데, 이 중 전체의 80%가량이 동해 가스전 인근 해역에서 나오는 어획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어진 위판장 관계자는 "울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어류인 가자미는 대부분 동해 가스전 해역에서 잡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울산시가 동해가스전 일대에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려 하자 벌써부터 어민들의 반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지난 16일 울산 동구 어업인복지회관에서 열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추진을 위한 어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어민들은 어업권 피해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해상풍력 발전에 대해 사업성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등 반대의견을 쏟아냈다.


 조경수 사단법인 양포 문어 통발 협회장은 "울산 주변 해역에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산업적 기반 측면에서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해 어업인들의 생계에는 치명타"라며 "안전항해위협, 관광자원 및 생태계 파괴 등 득보다는 실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음 피해 △해양 생태계 교란 위협 △수중 생태계 파괴 등을 내세우며 사업이 시행될 시 어민들의 분신자살도 예고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 경북연합회 전 회장은 "해당 사업을 해양플랜트산업의 육성을 위해 시행하고 한다고 하는데, 그건 1차 산업인 어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시에서 어민들의 동의도 없이 이런 사업을 펼치려고 하는 게 황당하다"고 분노했다.
 이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소가 들어오는 93, 94해구는 살오징어, 멸치, 고등어, 청어 등 어류가 많은 황금어장인 곳인데, 이런 청정 구역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해치려고 한다"며 "발전소가 들어오게 되면 어획량 감소는 물론 수 만명이나 되는 동남권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무관심 속에서 지켜온 어민들의 생계를 짓밟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이와 관련한 반대 의견서를 울산시에 제출했다.


 울산의 한 시민단체도 이미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울산시장들이 핵발전 중시의 에너지 정책에 집중해 온 것에 반해,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부유식 해상풍력 연구가 이뤄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제한 뒤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실증 단계를 거쳐 대규모로 진행될 시, 재생에너지 확대가 대규모 민간 자본참여로 이뤄지면 지역주민은 공유수면과 공공자산(바람)을 내어주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 정책의 다양화는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공유와 소통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 발전 사업은 그 어느 사업보다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초기 투자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는  6조원을 들여 오는 2023년까지 동해 가스전 주변에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1GW 발전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민간투자사와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민간투자사별로 부유식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원격 풍력 자원 측정 장비) 설치와 단지 조성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업에 착수했다.


 울산시는 동해 가스전 해역에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단지 면적이 대략 10㎢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 연평도보다 큰 규모로, 국내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반발하는 어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2년 동안 진행할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어업조사, 해양환경 조사, 풍황 조사 등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이 기간 어업인 의견을 계속 청취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시작 단계지만 주민 수용성을 위해 이해관계자인 어업인들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지혁기자 uskj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