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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뜨겁다. 이에 부응하듯 여권 내부에서도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주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지화하기로 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여당의 중진급 의원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발언을 한 것은 예상보다 파문이 컸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대만의 탈원전 정책을 저지하는데 앞장선 칭화대 예종광 교수 초청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기 과정 등 에너지 정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만의 경험으로 본 탈원전 정책과 국회와 시민운동의 역할'이란 주제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관한 간담회에 초청된 예종광 교수는 대만에서 탈원전 정책 반대운동을 주도하며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 저지에 일조한 인물이다.

예 교수는 이 자리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유지하는 게 세계 추세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대만은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면서 오는 2025년까지 원전을 통한 전기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법에 명시하는 등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그러나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면서 지난 2017년 여름에는 '블랙아웃'을 겪는 등 심각한 전력수급 문제로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이어 "게다가 탈원전 정책으로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기오염 문제까지 겹치면서 탈원전 정책이 결코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국내 탈원전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탈원전 특위 공동본부장인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맹우 의원(자유한국당, 울산 남구을)은 탈원전 대책특위 위원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는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계기로 생사기로에 놓인 원전 산업을 살리고자 국민의 뜻과 염원을 모아 탈원전 정책의 제고를 청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채익·박맹우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 탈원전특위 위원, 범국민서명운동본부, 울진군, 원자력정책연대, 한수원노조,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 및 각종 시민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세계 주요국들은 원전을 더 늘리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국부창출이 담보된 원자력을 스스로 거부하는 국가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국민들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나라 망치는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가동하고 나아가 탈원전 정책을 막는데 동의하는 서명부가 30만 부에 이른다"면서 "국민적 염원이 담긴 이 서명부를 전달함으로써 이제 청와대와 정부는 국민의 뜻이 수렴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진정한 소통의 답을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에 따르면, 서명 40일 만인 21일 오전 7시 기준, 서명인원이 온라인 20만 6,214명, 오프라인 13만 554명으로 총 33만 6,768명에 이르며, 앞으로 청와대 청원서 제출 외에도 국민의 뜻을 받은 강력한 정책저항 운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친환경 에너지정책과 반대되는 원전 증설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경우도 특정 정당의 지향점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자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물론 세계의 흐름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원전 굴기'론이 한창이다.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대기업, 원자로 제조사 등 민관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어떤가. 탈원전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첨단 원자력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탈원전을 외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적인 문제이자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앞으로의 지향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이같은 숙고의 과정을 통해 국가적인 에너지 문제를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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