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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청소년 정책에 당사자인 청소년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에 나선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19일 오전 회의를 소집, 더불어민주당 이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단체의 저지로 조례안 상정은 물론 회의조차도 열지 못하고 물러섰다.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 시도된 이날 운영위 개최까지 무산되면서 2월 임시회에서의 조례안 처리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시의회에는 이날 오전 운영위의 조례안 상정 소식을 접한 학부모 80여 명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다세움학부모회원 등은 '우리 아이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 말라',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 '어른들 정치판을 학교로 옮길 생각이냐'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어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울산시의회가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자 19일 다세움 학부모회 울산지부 소속 회원을 비롯한 울산지역 학부모들이 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조례안 추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울산시의회가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자 19일 다세움 학부모회 울산지부 소속 회원을 비롯한 울산지역 학부모들이 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조례안 추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은 안도영 의회운영위원장이 나서 "오늘 운영위에서는 청소년의회 조례를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를 취소했는데도 학부모들의 고성은 그치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청소년의회 조례를 상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 연가까지 내고 왔는데, 시의회가 시민을 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안건을 갖고 난장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학부모들의 반대로 의회운영위가 취소되자 시의회 안팎에서는 청소년의회 구성에 대한 학부모단체의 반대에다 법적 지위를 갖는 청소년의회를 만드는데 대해 시민사회의 여론도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조례 제정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할 경우, 청소년의회 구성을 위해 울산지역 전체 중·고등학생들을 유권자로 하는 일제 선거를 해야 하는데, 선거비용과 선거 관리는 누가 할 것이며, 과당경쟁에 따른 후유증과 청소년의원 관리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지적과 비관론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자 당초 조례안 발의에 동참했던 여야 의원들이 찬성 서명을 철회하는 등 시의회 내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초 이미영 의원이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근호·황세영·윤덕권 장윤호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고, 여기에 자유한국당 윤정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손종학 의원이 찬성 서명했었다.하지만 조례안을 둘러싼 반대로 잡음이 이어지자 윤덕권·장윤호 의원이 일부 조항에 의견을 달리한다며 발의자 명단에서 빠졌고, 윤정록·손종학 의원은 찬성을 철회했다.

따라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 발의자는 이미영·손근호·황세영 의원 3명만이 남게 돼 조례안 발의 요건인 5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애초 발의 당시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발의는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게다가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미영 의원은 "청소년의회는 서울, 부산, 대전, 경기, 인천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꼭 다른 곳에서 하고 있어서, 또는 법적으로 해야 만 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강행 입장을 밝혀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논란의 대상인 청소년의회 조례안은 울산의 중·고교 재학생 중인 만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주체가 돼 청소년의 정치적 참정권과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울산시의회 운영방식과 유사하게 진행하는 의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례안에선 청소년의회는 청소년 정책과 예산에 관한 의견수렴, 토론, 참여 활동을 하고, 수렴된 의견을 반영한 정책과 사업, 예산반영, 입법안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의회 의원은 임기 2년에 25명으로 구성되며, 격년제로 7월에 선출된다. 또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으로 의장단을 구성할 수 있고, 의장은 청소년의회를 대표해 안건을 직권 발의할 수 있다. 아울러 시의회처럼 원활한 정책제안과 논의를 위해 5개 이내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이밖에도 시장은 청소년의회를 위해 의원 신분증, 배지 등 운영에 필요한 경비, 교육과 견학비용 등을 지원하는 규정도 담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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