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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미만인 가정 어린이집부터 100명 이상 대형 어린이집까지 국공립 법인·민간 운영 주체를 초월해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장들은 약 96종에 이르는 각종 서류 문서들과 씨름하고 있다. 그나마 원장 업무량을 줄이고 보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난해 업무행정부담 완화를 위해 125종의 문서 간소화 조치 이후 줄어든 것이다.

영유아보육법에선 어린이집 역할을 영유아 심신을 보호하고 건전하게 교육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함과 아울러 보호자의 경제·사회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영유아 및 가정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와 가족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관장으로서 조직 운용에 따르는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보육철학 제시, 예산 계획·집행, 보육운영 계획 수립 및 평가, 영유아 보호와 교육, 종사자 임용, 보육교직원 전문성 증진 교육, 부모교육, 가정과 지역사회간 연계 및 교류, 보육교직원 및 기타 인사와의 의사교환 및 회의 참여 등의 영역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원장은 아동 등하원을 위한 운전과 주방 조리원 보조역할도 해야 하며, 교직원 연차나 공가 등으로 인한 보육공백 대체를 위해 보육교사 역할도 대행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 원장은 부모와 교사, 지역 사회로부터 들려오는 각종 부정적 평가를 견뎌 내야하며, 인근 유치원이나 타 어린이집과 비교·경쟁, 학부모 민원이나 교사 이해, 예산 집행 부담감 등으로 어려움이 배가되기도 한다. 영유아보육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어려움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린이집의 바람직한 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울산에는 868곳의 어린이집에 7,471명의 교직원이 3만 9,894명의 어린이를 보육하고 있다. 원장 한명이 약 46명의 영유아와 8.6명의 교직원을 관리하며, 한 명의 교직원은 5.3명의 영유아를 보육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 1명이 5.3명의 영유아를 보육한다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렵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으나 아이 한명 키우기도 어렵다는 요즘시대에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종사자들에게는 일반 노동자에게나 주어지는 휴식권과 연차권이 지켜지고 보장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직원 전원에게 1일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약 1,300명의 보조교사가 필요하며, 모든 교직원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연차 15일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대체인력 467명이 필요하다.

현재 배치된 보조교사는 425명, 대체교사는 67명이 배치돼 보육교직원의 휴게권과 연차권을 보장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 자격소지자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며, 이처럼 교직원 휴게시간 및 휴가 등으로 보육 공백이 생기는 경우 원장이 이를 대체할 수 있으나, 원장은 각종 서류와 문서들로 이미 번아웃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원장의 재무회계 및 사무행정 업무 증가는 교사에 대한 장학지도, 아동의 안전, 부모 상담 등 원장의 주요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며, 이러한 결과는 보육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원장이 직접 재무회계업무를 집행해 예산집행 투명성이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예산운영의 비효율적 문제 발생 우려까지 있다.

필자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2019년 일자리 예산을 어린이집 행정사무인력으로 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 사업이 시행된다면 어린이집 행정사무원 배치로 원장과 교직원이 아동보육 고유 업무에 집중함으로 보육 공백을 최소화하고 보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행정사무인력을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공적 기관에서 모집-교육-발령-배치한다면 어린이집 보육예산 집행의 전문성 제고 및 투명성 보장이 가능해지고 어린이집 사무행정 인력 배치로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기회 보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공적 기관에서 발령한 사무행정인력 배치로 어린이집 공정·투명성 보장에 따른 어린이집 지도점검 담당공무원 업무 부담 경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리고 송철호 시장의 공약 중 가장 중요한 어젠다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 조성'이다. 자녀들이 보호받고 교육하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직원이 번 아웃되어서야 어찌 시장의 어젠다가 실현될 수 있겠는가. 바라건데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원장 본연의 장학을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2019년 청년일자리 예산을 어린이집 행정사무원 배치에 적극 활용해 주기를 거듭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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