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 1호 공장인 베이징현대 1공장 가동을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5월 쯤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반토막이 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중국 공장이 중단되면 현대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르면 내달, 늦어도 5월엔 결정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정부와 베이징시 당국의 환경규제 압박과 사드 보복 여파로 베이징 1~3공장의 물량을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 등에 분산 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1공장은 2002년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지분 50 대 50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베이징 1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 수준으로 이후 설립된 2·3공장,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 등을 모두 합하면 연 181만 대에 달한다. 베이징현대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태 이전까지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를 상회하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이 사드 보복에 나서면서 그해 판매량이 79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면서 공장 가동률이 반토막 나 4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중국 정부와 베이징 당국은 환경보호를 핑계 삼아 현대차 공장을 시 외곽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 때문에 생산라인을 줄이거나 폐쇄할 거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3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재취업 알선과 보상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1만 5,000여 명 중 2,000여 명을 내보내고, 100여 명은 4·5공장에 전환 배치했다.
 
# 글로벌 생산과잉 해소 차원 시각도
현대차가 중국에 가동 중인 공장은 가장 최근에 지은 충칭까지 모두 5곳이 있다. 지난 2002년 세워진 베이징 1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30만 대에 이르지만, 가장 오래된 시설이라 현대차가 정리를 한다면 첫번째 대상이 될 것으로 꼽혀왔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생산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00만 대 수준으로 전체 판매량 700만 대보다 200만 대 가량 과잉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7일 국내 투자자 설명회에서 "지엠(GM)과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과잉설비를 줄이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현대차도) 중국 사업 부진과 과잉설비 해소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중국 내 일부 공장 인원과 설비 조정이 있었다. 과잉설비 해소와 동시에 동남아, 중남미, 동구, 중부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사업 부문에서 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중국연구소와 지주사, 생산본부 등을 합쳐 중국사업본부에서 교체된 임원은 2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7월에는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의 총경리(사장)도 교체됐다.
 
# 中 시장 정체…신흥시장 개척 노력
베이징현대차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으로 판매가 잘 되고 있지 않은 탓이 크지만 중국 사업의 전략적 실패에서 기인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에 적합한 신차종 출시 시기를 놓친 게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급성장한 중국 토종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현대·기아차의 턱밑까지 바짝 좇아왔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정체돼 실적 회복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4.1%)했으며 올해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지속에 따라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대차는 중국 시장 부진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베트남 타잉콩그룹과 합작을 통해 베트남 공장을 증설, 연간 1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췄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연산 25만 대 규모의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현대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판단하면 생산설비 및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