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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초대형 조선소'로 도약하기 위한 8부능선을 넘어섰다. 다만 실사, 해외 경쟁 당국 승인, 노동조합 반대 등 계약 완료까지 현안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 8일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날 체결된 본 계약서에는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실시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되지 않는 한 거래 완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 경주 △기업결합 승인 이전까지는 현대 및 대우 양사의 독자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위법한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사는 이날 계약식에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고용안정 및 협력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등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양사는 공동발표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궁극적으로 고용을 안정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있다고 밝히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안정 약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의 입장을 천명했다.

이날 계약식에서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출발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산하의 4개 조선사를 영업 및 설계, 생산에 최적화시키고, 새롭게 출범하는'한국조선해양'은 컨트롤타워 겸 R&D 및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양사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설명하고, "한 가족이 될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현실화되기 까지는 대우조선 기업 실사와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이날 본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대우조선 기업 실사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약 2조 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올해부터 대우조선은 매출 규모의 감소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올해 매출 목표는 8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 예상치인 9조 원을 10% 하회하는 수준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매출이 올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본 계약 체결 전 불거진 '영구채 논란'에서처럼 실사 과정에서 계약 전 알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실사과정에서 평가가치가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이 판을 뒤집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독과점에 대한 논란 또한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중국의 반대로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노조 반발도 인수과정 내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본 계약이 체결되던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인수 뒤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기업실사와 기업결합 심사까지 해결하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현물출자 및 조선합작법인 신주 취득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최종적으로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조선계열사가 된다. 여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뚫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수주와 실적관리 등의 안정화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가 본 계약 체결과 함께 이성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것 또한 이런 이유다. 1979년부터 대우조선에서 선박해양연구소장을 거쳐 미래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기술총괄, 조선소장 직을 역임한 그는 누구보다 대우조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최종 인수 확정까지 안정화 담당 최적임자라는 것이 업계 전반적 평가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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