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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있죠? 톡을 보내려는데 상대방에게서 먼저 톡이 올 때, 마음속으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똑같은 노래를 옆 친구가 부를 때, 누구나 한 번쯤 경험 했으리라 생각해요.
말 안 해도 통하는 기분,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잖아요.
이안 시인의 『고양이와 통한 날』은 고양이와 통했다네요? 고양이랑 통했으면 다른 주변의 어떤 것하고도 통했을 것 같지 않나요?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단순하게, 감탄을 자아내며 세상을 바라본다는 시인은 시골에서 살았대요. 냉이 꽃, 두릅, 은행나무, 비닐새, 민들레…… 등 주변의 작고 여린 것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눈길을 주고 마음을 나누었대요.
자연을 서로 닮아가고 그러다 보니 더듬이나 또 다른 귀나 눈을 빌려주었나 봐요. 혹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귀, 하나쯤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들과 교감한 이야기를 이안 시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어요. 먼저 고양이와 어떻게 통했는지 볼까요?

# 고양이와 통한 날

책 읽는 앞에
고양이가 다가와 앉았다

'고양아, 넌 정말 눈이 예뻐
그런데 눈곱이 끼었네……'
생각만 했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오른발로 왼발로
구석구석 세수를 하곤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눈곱 하나 없이 말끔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생각의 신호를 고양이는 어떻게 눈치 채고 알았을까요? 그동안 많은 주파수를 고양이에게 던졌던 건 아니었을까요?
이안 시인처럼 오늘 내 안의 섬세한 감각을 꺼내서 그 어떤 것과 한 번 통해 보는 건 어떨까요? '너 내 생각 하고 있었니' 혹은 '너도 그랬니'하고.

# 냉이꽃

야야,
요것이, 요 쪼맨 것 좀 보래이
요 쪼맨 것도 살라고
이리 애를 쓴다야

요 쪼맨 것이
그걸 으째 알았으까만

나물꾼들이,
꽃 핀 거는 안 캐고 비키 가니까
이래 바짝 서둘러
피어났다야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냉이꽃을 읽고 천천히 곱씹어보면 노랗게 맛있는 꽃물이 우러나와요. 어릴 때 봄날에 한 번씩 캔 냉이도 생각나고, 노란 색종이 접어 가위로 잘라 만들었던 냉이도 생각납니다. 나 여기 피었다고, 나 좀 봐 달라고 하는 냉이꽃. 이제는 노란 냉이꽃을 보면 '안녕'하고 인사를 나눌 것 같아요 '너 기분 좋을 일 있구나'하구요.

지금도 어딘가에 동그랗게 말아 올린 더듬이나, 쫑긋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이안 시인.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네요.
시인님 '더듬이는 어디에 숨겨두고 다니시나요?' 아니면 '다른 귀 하나는 어디에 달고 다니시나요'하고.   권도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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