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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지난 5년간 자영업자 중 1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울산의 자영업자 감소율은 전국 평균의 10배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폐업으로 인해 상업용 건물이 남아돌면서 울산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지역 경제도 덩달아 무너지고 있다.

BNK금융그룹(회장 김지완) 소속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는 부울경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동남권 자영업 현황 및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의 자영업자는 최근 5년간(2013년~2018년) 9만 명에서 8만 1,000명으로 줄어들며 10.0%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전국 평균인 -1.1%와 비교할 때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 주력산업의 부진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갑자기 불어난 영세 자영업자들간 출혈경쟁이 빚어지면서 폐업률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실제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동남권의 자영업 밀집도(인구 1,000명 당 사업체 수)는 지난 2017년 기준 전국(61.8개)보다 높은 66.1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67.5개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였고 경남은 66.9개, 울산의 경우 59.8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업(27.8%)과 음식·숙박업(27.3%)에 쏠려 있고 이들 업종의 비중 합계는 55.1%에 달한다. 게다가 상당수가 자본력이 약한 영세사업장으로, 동남권 영세자영업자 비중(28.2%)은 전국 수준(25.4%)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부진도 자영업 폐업률을 끌어올렸다. 동남권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2014년 이후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최근들어 기준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심리의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자 자영업자가 많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의 경기가 특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급격히 위축된 울산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12개월째 평년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3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3월 100.8을 기록한 이후 줄곧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자영업 부진에 따른 높은 폐업률은 상업용 부동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권 상가 공실률은 2017년 4분기 9.9%에서 2018년 4분기 12.3%로 최근 1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작년말 울산의 상가 공실률은 15.1%로 7대 특별시·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상가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피스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울산의 오피스텔 매매가는 0.27% 떨어지며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울산지역 오피스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6.2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남구 달동에서 상업용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이모 씨는 "11층 짜리 건물 중 7개 층이 비어 있다. 건물관리 10년 동안 이렇게 어렵기는 처음"이라며 "한때는 공기업·금융기관이 앞다퉈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어떻게든 임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리모델링도 진행해보고 현수막도  내걸어봤지만 문의조차 없는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경기부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줄도산의 늪에서 자영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의 '3월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전망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 대비 12p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비제조업의 업황 전망BSI도 55로 전월 대비 9p 하락했다. 울산지역 기업의 업황 전망치가 기준치(=100)대비 반토막 가까이 주저 앉은 것이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 권민지 책임연구원은 "울산 등 동남권 자영업의 경우 영세화, 고령화와 함께 전통서비스업에 편중돼 있다보니 구조적으로 너무나 취약한 상태"라며 "자영업 활력제고 및 경쟁력 확보를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자영업 지원 대책이 자영업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준비 없는 창업과 이에 따른 사업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창업 전 교육 및 정보 제공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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