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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음·문학동네·468쪽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원고를 쓰는 우리 시대의 몇 남지 않은 작가, 김훈. 지금까지 그는 '이순신의 칼'과 '우륵의 가야금',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한 글들을 모두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왔다. 이제 그가 스스로의 무기이자 악기, 밥벌이의 연장인 '연필'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산문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요즘도 집필실 칠판에 '必日新(필일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세 글자를 써두고 새로운 언어를 퍼올리기 위해 연필을 쥐고 있다. 산문 '라면을 끓이며' 이후 3년 반여의 시간, 그의 책상에서 지우개 가루가 산을 이루었다가 빗자루에 쓸려나가고, 무수한 파지들이 쌓였다가 쓰레기통으로 던져진 후에야 200자 원고지 1,156매가 쌓였다. 그리고 그 원고들이 이제 두툼한 책이 돼 세상으로 나왔다.
그의 문장은 유년의 무섭고 참혹한 기억으로부터, 지난해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그가 팽목항 등에 머물며 취재한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뻗어나간다.

# 식물의 위로 박원순 지음·행성B·204쪽    최근 정서적 안정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일명 '플랜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다. 플랜테리어는 '플랜트'와 '인테리어'가 합쳐진 단어로 식물 인테리어를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감정의 변화와 미묘한 교감을 강조한다. 또한 반려동물과는 달리 즉시적인 소통은 없지만 매일을 함께 살아가는 식물과의 삶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게 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장에서 반려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 반려식물과 친해지는 법을 제시하며 단순히 방치하는 대상으로의 식물의 편견을 과감히 벗겨낸다. 이어 저자가 사랑하는 식물을 소개하는 2장에서는 독자들이 처한 상황 속 힐링을 줄 수 있는 반려식물을 추천한다. 그는 상황별 독자의 상황을 제시, '오랜 친구가 그리운'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싶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사람' 등으로 구분해 세심히 전개한다.

# 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믹스커피·352쪽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근대 화가의 삶을 다룬다. '피카소'와 '몬드리안' '뭉크' 등 국내에도 이미 유명한 화가들부터 76세에 그림을 시작한 용기의 대명사 '모지스 할머니'까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심리학적 키워드를 녹여냈다.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정신의학적으로 큰 자극을 준다. 특히 외부 세계에서 눈을 돌려 내면 표현에 몰두한 19·20세기 그림이 그렇다. 간단명료한 몬드리안 추상화는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반 고흐의 열정적 붓질이 담긴 그림은 억눌린 감정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화가 20명의 삶 속 심리학 코드를 소개하고, 당대의 미술 사조와 반대로 '아웃사이더 예술'을 실천한 화가들의 '긍정심리학'에 대해 조명한다.
 

#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조지프 코글린 지음·부키·488쪽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노년에 들어섰다.
 그러나 미국 시장조사 업체 등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약 30%만 이에 대비하며, 사업 전략까지 세운 기업은 15%뿐이다.
 저자는 20년의 연구 끝에 '기존의 노인 개념이 잘못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흔히 노인을 떠올릴 때 중환자와 비슷하게 여겨 기초 요구만 해결하면 된다는 태도를 갖지만 저자는 그것이 편견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정보기술에 익숙하고 경제·문화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일수록 더 그렇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노인들의 관점에서 '필요'가 아닌 '욕구'를 읽으라고 조언한다.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자는 이를 '보편성'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보편적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 기술적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장벽이 무너지고 있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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