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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의 해묵은 숙원이자 지역 최대 현안인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 향방을 둘러싼 중앙부처 수장들의 엇갈린 시그널이 그렇지 않아도 분분한 지역 여론을 더욱 혼란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 금고의 열쇠를 쥔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울산외곽순환도로 일부 지방비 투입은 "이미 확정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반면,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전액 국비가 원칙"이라며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해 놓고 뒤늦게 전액 국비 사업이 아닌 절반은 지방비를 투입하는 매칭사업으로 추진한다는데 대해 지역에선 '무조건 100% 국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 홍 부총리와 송 위원장이 이처럼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자 울산시는 갈피를 못 잡은 채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쫓아다니며 애원하는 모양새이고, 지역 정치권도 같은 듯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정치적 수계산에만 열중하는 모양새다.
중앙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제각각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면서 혼란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울산외곽순환도로를 둘러싼 이 같은 혼선의 근본 원인은 예타 면제 사업 발표 이후 당연히 전액 국비 사업으로 알았던 이 사업의 절반은 지방비로 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25일 지역을 찾은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정부 발표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송 위원장은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과의 면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은 전액 국비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앞으로 6개월마다 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울산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송 위원장의 이 발언은 홍남기 부총리에 의해 열흘만에 무력화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울산지역 국회의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울산외곽순환도로 사업 전 구간을 고속도로로 건설하고, 전액 국비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역 의원들의 요청에 대해 "공감한다"는 접대성 멘트와 함께 사실상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예타 면제 사업이 이미 전국적으로 확정·발표된 이상 이를 지금와서 사후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사업 기준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대안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부처가 아닌 국가의 금고를 틀어쥔 주무장관이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 전원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사후 조정이 쉽지 않다"고 발언한 것은 울산외곽순환도로의 전액 국비 사업이 물 건너 갔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의 여야 정치권은 울산외곽순환도로 '반쪽짜리 예타'를 논란의 중심에 놓고 정치적 공방만을 벌였다.

먼저 공세를 취한 자유한국당의 울산 지방의원들은 지난달 25일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반쪽짜리 예타 면제 울산외곽순환도로로 울산시민은 또 속았다"며 "전액 국비가 아닌 대도시권 혼잡도로 사업과 함께 추진할 경우 울산시가 3,0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시민 혈세는 한 푼도 안 된다"고 각을 세웠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 "한국당이 반쪽 예타라고 비난할 자격이나 있냐"며 "이박명·박근혜 정부 때 포기한 사업을 문재인 정부는 6개월 만에 성사시켰다"고 비꼬았다.
물론,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외곽순환도로가 전액 국비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논란의 핵심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전혀 딴판이다.

지역 정치권이 지방비 투입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와중에도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이 울산시이지만, 시 역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의 선처만을 바라는 눈치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외곽순환도로는 전액 국비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시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청와대와 국토부, 기재부를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될 때까지 노력한다는 각오다"라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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