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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와 정부 간 진행된 무려 10여 년의 논의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으로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사연댐 철거론'이 새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찬반론이 선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의제의 속성 때문에 벌써부터 지역사회에선 다양한 의견이 분출된다. 고질적인 울산의 물 문제를 외면한 무책임하고 과격한 주장이란 비판론이 비등한 반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방안이란 옹호론도 만만찮다.

특히 지난 17일 울산시의회에서 열린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유산 등재 시민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사연댐 철거 당위성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 문제의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물론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른바 '자천타천 전문가들'은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로, 기존의 물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뒤엎는 사연댐 철거론에 동조한 것인데 일면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윤덕권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대곡천 반구대암각화군 유네스코 등재시민모임(상임대표 김종렬)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정치적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울산시의 정책기조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문제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학계·문화계 인사들이 들고 나온 '사연댐 철거' 주장이 시민의 생명수인 청정수 확보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포지엄 발제와 토론에서 이들이 제기한 사연댐 철거론의 가장 큰 명분은 '담수기능 상실'을 꼽았다. 하지만 사연댐 관리·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현재 사연댐에서는 하루 18만t을 취수해 중구와 북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천상정수장으로 보내고 있는데, 이 원수의 9만2,000톤 정도는 사연댐의 물이고, 나머지는 상류의 대곡댐에서 유입된 물이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지사의 설명이다. 만약 대체수원 확보 대책 없이 사연댐을 철거할 경우, 하루 10만t 정도의 원수 공백이 생기는데, 이럴 경우 시민 식수원은 전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낙동강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심포지엄에서 나온 제3의 암각화와 수몰지역 매장문화재를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연댐을 비우는 방안에 대해서도 대곡댐에서 방류되는 물은 수문을 닫으면 되지만, 백운산에서 발원한 인보천을 비롯한 지류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수만톤에 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취수 대책과 함께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지사 측은 "사연댐 철거 주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낼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현재 환경부에서 통합물관리 정책의 일환으로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본적으로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며, 결정된 정책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의 식수를 책임지는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물 문제에서 울산시가 할 수 있는 권한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사연댐 철거 주장에 대해 상수도본부 차원에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말하기 좋아서 철거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중심을 잡아야 할 울산시는 '입장 없음'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사연댐 철거 주장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해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연댐 철거 타당성 여부에 대한 용역은 올해 추경이나 내년 당초예산에서 예산을 확보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선 "정부에서 마련한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사업이라는 기본 틀이 세워져 있고, 실현 방안을 찾고 있는 과정임에도 덜컥 사연댐을 허물자고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다"며 "사연댐 철거 주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이은 공론화 과정의 혼란이 연상된다"고 비난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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