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이 숨바꼭질합니다. 술래가 되고 싶지 않은 한 아이는 조그만 구석에 쪼그려 앉아 숨조차 숨깁니다. 술래가 몇 번이나 바뀌었나 모릅니다. 발도 저리고 졸음이 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술래가 와서 빨리 찾아 주기를 바랍니다. 한쪽 손을 삐죽 내밀고 신호를 보내지만 찾아주지 않습니다. 양손을 모두 들고 항복 하고서야 한 아이는 술래가 됩니다.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오랫동안 술래가 하고 싶어 세상의 궁금한 것들을 찾아 나섭니다. 궁금한 것이 참 많습니다.
찾아낸 것 중에 제일 궁금한 건 아이는 어른의 반대말이 맞을까요?
그럼, 이건 어때요? 술래의 반대말은 왜 없죠?

동시 『착한 마녀의 일기』의 송현섭 시인은 아이들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개를 숙여야 할까요? 무릎을 낮추어야 할까요? 시인은 고가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유충의 단계가 아니라 이미 완전체라고 하는 시인은 아이들은 어마어마한 거인이라고 합니다. 동심이나 순수함이란 관찰의 대상이 아니고 아이들은 너무 바빠서 순수할 겨를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괴물 같은 악동들이 동시집에 많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동네에 나타난 악동을 만나 볼게요.

# 푸른 전봇대

멀리서 보면
소시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푸른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봇대야

넝쿨 잎들이
오물오물 삼켜 버렸지

이제 넝쿨 잎들은
찌릿찌릿
전기를 먹으며 자랄 거고
전기뱀장어처럼
무서운 무기도 만들 거야

말하자면
우리마을에, 나 말고
새로운 괴물이
하나 더 추가된 거지
학교, 동네, 어떤 모임에도 조금은 삐닥하고 기발한 괴물들이 있잖아요. 괴물이나, 악동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실을 유감없이 표현한 시인. 시인의 악동들은 상상력과 추리력이 어른을 뛰어 넘어요. 아이는 어른의 비교의 대상이 이미 아닌 거지요. 오히려 어른의 최상급은 '누구?'하면 아이요 하고 확실히 대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집집마다 고가 사다리를 준비하고 아이들 세상으로 들어가 최상급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그럼 혹 모르죠. 어른들도 세월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세상을 만나 되돌아 갈수도. 아동문학가 권도형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