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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끌어온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가 또다시 전기를 맞게 됐다. 암각화를 보존하면서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문제도 해결하는 동시적 해결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낙동강 본류의 수질개선에 연관된 울산, 대구, 경북, 구미 등 지자체가 총리실의 중재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중재안의 핵심은 구미산단의 무방류시스템 도입이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울산시가 사연댐의 영구수위조절을 담보로 운문댐의 식수를 공급받는다는 안이다. 

이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문화재청장, 울산·대구·구미시장, 경북도지사 등이 함께 모여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이 협약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연구, 지자체 참여 보장, 연구 결과 최대한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립하고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간담회에서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낙동강 본류의 수질개선 중요성에 공감하고, 낙동강 물문제를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2건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조치다. 연구용역은 구미산단 상황에 적합한 폐수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으로, 낙동강으로 폐수처리수가 배출되지 않도록 폐수특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경제적 타당성도 고려해 최적의 폐수처리 방법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연구에서는 낙동강 본류의 수질개선을 최우선 원칙으로 수량·수질·먹는 물 분야의 중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하고 지자체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유역 내 지자체의 최적 물이용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를 근본적으로 보존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연구용역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졌다. 구미산단의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성공을 전제로, 대구·경북의 취수원을 구미로 옮기고 운문댐 식수를 울산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운문댐 식수 공급이 이뤄진다면 현 사연댐 수위를 일정 수준(48m)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는 반구대 암각화의 영구적인 보존 방안으로 이어진다. 

울산시민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현 수준보다 낮추면 하루 공급량이 3만톤 이상 줄어들게 돼 운문댐 식수 공급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운문댐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시의 취수원을 구미 상류로 이전하는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구미시가 대구시와 식수원을 공동으로 사용할 경우 수량이 줄고 수질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진척이 없었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정부와 관련 지자체는 공동으로 얽힌 문제를 한걸음씩 양보해 해결 방안을 찾자는데 합의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 등 연구용역 추진주체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과정에서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것"이라며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 연구와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연구 용역을 신속히 추진해 동 연구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올해 내 종합적인 낙동강 물문제 해소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물관리기본법 시행에 따라 올해 하반기 출범하는 유역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번 합의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총리실 주재의 물문제 합의나 암각화 보존 해법은 있어 왔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번번히 약속이나 합의는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노출됐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물문제와 연계된 예민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도나 대구 구미는 물론 경북도와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맑은 물 문제를 전제할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은 울산시민들의 정서와 이해를 구해야 하는 또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만큼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쪽은 국무조정실 실무자들과 문화재청 실무자들이다. 총리나 자치단체장들은 선거로 당선되거나 임명직이기에 사안의 미묘한 부분까지 모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그간의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성과주의나 과시용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임기중에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 냈다는 성과주의는 위험하다. 결국 그런 의도 때문에 지자체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 정치적 입김은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번 만큼은 그런 우려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보존안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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