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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구 이동이 많은 일본의 어느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여성과 3세 여자아이가 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이다.
사고차량의 운전자는 평소에도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던 87세의 고령자였다. 비단 다른 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얼마 전 성남시 판교분기점 인근에서 1톤 트럭이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운전자는 86세의 고령자.


우리 사회는 100세 시대라 불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에서부터 생계, 일자리, 교육, 삶의 질 등 갖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보듯이 안전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84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2.1%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 비율로는 역대 가장 높았다. 2016년 17.7%, 2017년 20.3%로 증가 추세다. 국내 전체 운전면허증 보유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9.5%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지난 제181회 울산 동구의회 임시회에서 필자와 유봉선 의원이 공동발의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조례'가 8일자로 공포 시행됐다. 울산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조례로 고령운전자 안전교육 실시와 표시 스티커 부착을 지원하고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한편 그에 따라 교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통안전에 관한 체험교육, 교통안전 프로그램 제작 및 보급을 통한 교육 등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안전한 운전문화 조성 및 교통안전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건강기능이 약화돼 반사신경, 동체시력 등 운전능력이 저하될 수 있는 고령자의 운전 빈도를 낮춰 교통사고 발생요인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 조례 발의의 취지다. 흔히 장롱면허라고도 불리는 방치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소정의 교통비를 지원 해준다하니 반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버이날 경로잔치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고령운전자를 사회적 안전 위해 요인으로 낙인찍는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운전면허를 반납한다고 하더라도 기초지자체의 재정여건상 그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의견과 현실 상황 속에서도 고령화 사회로 대두된 교통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모두가 공감하고 사회적 논의를 펼쳐보자는 것이 조례에 숨어있는 주장이다. 그것은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기본으로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차선이탈방지, 차간거리유지, 자율주행 등 안전운전을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고가의 기술과 장비를 고령자를 대상으로 보급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전국 각 지자체마다 지역의 실정에 맞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제도와 시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의 고민과 의지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3년으로 줄였으며 경찰청은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교통안전 종합대책에는 단순히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규제하고 제한하는데 그치지 말고 도로선형, 교통체계, 교통표식, 교통법규 등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뤄져 그야말로 종합대책이 돼야 할 것이다. 울산시도 이번 조례의 시행을 필두로 하여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점검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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