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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전후해 울산지역 교육계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줄을 이었다. 모두가 스승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는 행사였다. 특히 교사와 학생,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과거 촌지 등 각종 잡음 문제로 차라리 폐지하자는 여론까지 일었던 스승의 날 행사가 우리 교육현장에 당당하게 자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으며 학부모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스승의 날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현실이 늘 가슴 아팠다는 반응이 많았다. 교사는 교사로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다. 일 년에 단 하루밖에 없는 기념일을 맞아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울산시교육청의 스승의 날 행사다. 울산시교육청은 제38회 스승의날을 맞아 일제강점기에 교육자로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교육자 5명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울산시교육청은 '오늘의 학생이 옛 스승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성세빈·안태로·이무종·이효정·조형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현판을 청사 로비에 설치하는 행사를 열었다. 현판에는 5명의 초상화, 약력,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 등이 담겼다. 또 울산애니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린 5명의 초상화를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성세빈(1893∼1938) 선생은 1920년 동구 일산동에서 노동야학을 열어 교육 활동을 시작했고, 1922년 야학을 사립 보성학교로 전환해 교장을 역임하며 민족교육과 문맹 퇴치에 힘을 쏟았다.
안태로(1878∼?) 선생은 1910년대 웅촌지역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야학을 운영했고, 1922년 천도교단 도움으로 울산읍내에 동화의숙(이후 울산야학)을 설립했다.
이무종(1893∼1956) 선생은 언양 3·1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1920년대 천도교단이 개설한 상북 사립양정학원(길천초 전신) 교사로 활동하며 민족운동에 가담했다.

이효정(1913∼2010) 선생은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경성여자만세운동을 주도했고, 1932년 동구 사립 보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적색노동조합 활동으로 옥고를 치렀다. 해방 후 태화국민학교(현 울산초) 교사로 근무했다.
조형진(1897∼1952) 선생은 1910년대 울산공립보통학교(현 울산초) 교사와 사립 대흥학교(대현초 전신) 교장을 역임했다. 1920년대 기자로 활동하면서 울산소작인회, 울산성우회, 신간회 울산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행사는 시교육청이 올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울산교육 독립운동 100년의 빛' 두 번째 사업으로 개최됐다. 앞서 지난 2월 27일 첫 번째 사업으로 울산시교육청은 항일 독립운동 역사가 있는 중구 병영초등학교에서 QR코드가 포함된 현판을 설치한 바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울산교육 분야 독립운동가 발굴을 통해 지역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 근대 울산교육 역사를 재조명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교권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권 침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 이미 교단에서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2년간 우리 교단에서는 교권침해 사례가 3배 이상 급증했다는 교과부의 보고도 나와 있다.

교권 침해는 학부모, 학생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에게 수모를 당하는 일도 이제 특별한 사례가 아닐 정도가 됐다. 교단의 상황이 이정도니 교원들의 교직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예퇴직 교사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경험 있는 교사가 학교를 떠나는 것은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입게 된다. 그동안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생들의 교육권이 신장돼온 것에 비해 교권은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교권이 바로 설 때 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교육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권확립은 공교육 회생의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권의 주체인 교사도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간혹 터지는 비리 때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참교육의 길을 가는 대다수 교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여론에 휩쓸리는 분위기로 교권이 매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권 확립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와 특히 교육현장 종사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스승의 날이 지나갔지만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둔 교육이 이뤄질 때 우리 교육이 제자리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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