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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테러리스트냐. 왜 의사당 출입을 막나."

울산시의회 사상 첫 '경호권'이 발동된 16일 의사당 출입을 제지당한 학부모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시민의 항의 목소리다.
 

 

울산시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와 시민들이 16일 시의회의 사상 첫 본회의 경호권 발동으로 관계자외 본회의장 출입이 통제되자 시의회로 출입하는 주차장에서 상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울산시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와 시민들이 16일 시의회의 사상 첫 본회의 경호권 발동으로 관계자외 본회의장 출입이 통제되자 시의회로 출입하는 주차장에서 상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시의회 최대 쟁점인 '청소년의회 조례안'을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의 의사당 시위를 우려해 황세영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장 경호권을 발동한 이날 의사당 곳곳에선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본회의장에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전 협의 없이 경호권을 발동한 황 의장에 항의하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퇴장해 '반쪽 본회의'라는 파행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제204회 임시회 첫날 본회의가 열린 의사당 4층 철문(방화문)에는 '통제구역'이라는 붉은 글씨의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혔고, 의사당 2층 로비와 외부에서 통하는 유일한 본회의장 출입구인 주차동 4층에는 10여 명의 학부모단체 회원들이 출입통제에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예상한 대규모 집단시위는 없었고, 경찰력이 출동할만한 급박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학부모단체 회원들은 의사당 본회의장 출입이 막히자 주차동에서 '의회는 죽었다'며 상복을 입고 항의시위를 벌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울산 청소년을 사랑하는 학부모연합의 회원들은 이날 출입 통제문 앞에서 상복 시위와 함께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학부모를 고발한 황세영 의장과 5주씩이나 입원한 이미영 의원은 학부모 폭력의 증거 자료부터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의회 사망', '민의 사망', '대의민주주의 사망'이라는 장례식 액자형 피켓을 들고 경호권 발동에 따른 의사당 출입 통제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한 학부모는 "이번 임시회 안건에 문제의 핵심인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이 들어있지도 않은데 집단시위로 본회의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레짐작으로 경호권을 발동해 철옹성 불통의회, 독단의회를 자초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집권여당이 말하는 보수 적폐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회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니 양해해 달라'고 안내문을 붙였으나, 결국 경호권 발동으로 변죽만 울린 채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시민 출입을 막고 '나홀로 임시회'를 열어 불통과 독단 의회라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출입통제에 따른 항의와 비난은 의사당 밖에서 뿐만 아니라 본회의장에서도 된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임시회 개회식에 앞서 자유한국당 윤정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원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왜 경호권을 발동했냐"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이어 "공직생활 34년 동안 왜 어려움이 없었겠느냐만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같은 당 고호근 의원도 "경호권 발동은 시의회 회의 규정 위반이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맞섰으나 황 의장이 거부하자 한국당 의원 5명 전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항의를 표했다.

시의회 안팎에선 황 의장의 이날 경호권 발동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를 장악한 이후 의장의 시민 고발과 경호권 발동 등 사상 초유라는 기이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의회를 표방하면서도 반대 의견이 싫다고 시의회와 시민을 격리하는 일에 의장이 앞장선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쟁점이 되고 있는 청소년의회 조례를 언제가 됐든 처리해야 할 텐데 예상되는 학부모단체의 반대시위를 막기 위해 그때 또 경호권을 발동해 스스로 철창 시의회를 만들어 조례안을 통과시킬 것이냐"며 "이번 경호권 발동은 시의회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킨 사상 최악의 결정"이라고 맹비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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